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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789] 地名과 콘텐츠

흔적. 2011. 6. 13. 12:15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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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국내 답사를 갈 경우에 우선 그 지역의 지명(地名)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본다. 지명이 콘텐츠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명이 성립된 배경을 보면 대략 네 가지 갈래가 있다. 첫째는 풍수적 요인을 고려해서 지은 이름이다. 그 지역에 둥그렇게 생긴 큰 봉우리가 있으면서 그 좌우로 약간 작은 봉우리가 포진해 있으면 날짐승에 비유하여 작명을 하였다. 봉새 봉(鳳), 독수리 취(鷲), 기러기 안(雁), 닭 계(鷄)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금계리(金鷄里)라는 지명이 있으면 닭 머리 모양의 둥그런 산봉우리가 주변에 있겠구나 하고 짐작한다. 그 동네의 주산이 바가지처럼 둥그런 모습이면 그 지역의 장날도 4일과 9일로 정하였다. 둥그런 산모양은 오행에 비추어 보면 금체(金體)로 분류되고, 금은 숫자로 환산하면 4와 9에 해당한다. 홍콩 사람들은 자기 사주팔자에 금기(金氣)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전화번호나 자동차 번호판 숫자도 4와 9를 선호한다. 한국은 '그리스 로마신화' 다음으로 세계적인 '풍수신화(風水神話)'의 왕국이다. 이것은 다른 나라에는 드문 콘텐츠이다.

둘째는 환경과 기후에 맞춰 작명을 하였다. 설악산(雪嶽山)이 그렇다. 설악산은 1년 중에 평균 6개월은 정상에 눈이 쌓여 있다. 그래서 눈 설(雪) 자를 쓴 것이다. 그 지역의 풍토와 특산품을 감안하여 지은 지명이 많다.

셋째는 미래를 예언한 지명이 있다. 비상리(飛上里) 비하리(飛下里)도 그렇다. 날아오르고 내린다는 뜻이 담겨 있는 이곳은 나중에 결국 비행장이 들어섰다. 이런 작명은 수백 년 앞을 내다보는 안목을 지녔던 정신계의 고단자가 지었음이 분명하다. 광양(光陽)도 그렇다. 제철소가 들어섰지 않은가! 뜨거운 불로 24시간 쇳물을 녹이니 '광양'이 맞다고 본다.

넷째는 역사적 사건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해인사로 들어오는 고개 이름이 왜구치(倭寇峙)이다. 임진왜란 때 왜병들이 팔만대장경을 빼앗으려고 들어오다가 이 고개에서 조선 의병이 쏜 화살을 맞고 왜장이 죽었다. 그래서 이름이 왜구가 들어간 고개 치(峙)인 것이다. 이번에 행안부에서 새로 만든 '도로명 주소'는 우리 지명에 1천 년 이상 축적되어 온 문화콘텐츠를 일거에 없애버리는 사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