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잡(雜)-劇,動,畵...

영화 - '일대종사'

흔적. 2013. 8. 27. 14:11

이런 영화가 좋다. 그냥.

'와호장룡'과 같은... 아름다운 배경과 간단한 대화만 오가며 표정과 움직임으로 흡수하는 장면들.

군더더기 없이, 난해한 줄거리 없이 보는 이로 하여금 풀어 헤쳐가는.

물론 이해하기 위해선 역사와 당시 배경문화를 알면 픽션을 논픽션처럼 볼수 있는 재미와 아픔. 

 

우리 역사엔 무궁한 소재가 있음에도 그리지 못하는것은 흥행에 자신이 없는가 아님 역사를

재미로(아름다움으로)풀어 나가기엔 부족함일까. 아둔한 생각으로는 감독의 의도가 억지로 보여 줄려는 의식이 강해서가 아닐까? 교훈적 이미지를...

우리나라의 검법, 무술, 아름다운 산세.. 그 옛날 '서편제'처럼 흐르는데로 펼치면 좋은 영화가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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舞가 된 武… 풍화된 '전설'에 보내는 찬사

 

기생들이 있는 누각에 아버지는 딸을 데려간다. "왜 이런 곳에 데려오느냐"는 딸에게 아버지는 "세상사에는 안 보면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곳에선 곧 각 문파(門派)의 무도(武道)인들이 모여 한바탕 겨룰 예정이다.

왕자웨이 감독은 세월이란 바람에 풍화되어 이미 모래가 된 한때를 손에 움켜쥐고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성스러운 방법으로 '세상에서 사라진 것'에 대한 찬가를 보낸다. 대사를 최소화하고 사라진 시대와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쿵후를 겨루는 장면에선 꽃잎이나 눈발이 휘날리고, 우아한 손짓과 단호한 발걸음들이 어지러이 뒤얽힌다. 격투라기보다 춤에 가깝다. 9년 만에 완성한 영화다.


	‘일대종사’ 영화 사진
무비꼴라주 제공

이건 전기영화도 쿵후영화도 아니다. 엽문(량차오웨이)을 비롯해 궁이(장쯔이), 일선천(장첸) 등 무술 고수들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 영화는 피해갈 수 없는 시대 흐름과 풍파(風波) 속에서 곡진하게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사람들 이야기에 더 가깝다. 동네 건달들도 쿵후를 한답시고 설치게 된 세상에서 어떤 이는 이발소를 차리고 또 다른 이는 무술을 가르치는 스승이 된다. 후학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도 더러 있다.

영화에는 엽문이 가족사진을 찍거나 무도인들끼리 단체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온다. 왕자웨이 감독이 이 영화로 하려 했던 것도 이들의 사진 찍기와 다를 바 없다. 이미 스러진 '화양연화'(가장 아름다웠던 한때)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는 한 시대를 선명하고도 아련하게 복원해낸다.

 

2013.08.22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