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함께했던 4인조가 있었다. 학교를 마치면 늘 서로의 집을 순회했다. 당시엔 강시 영화가 유행이었고 프로레슬링이 인기였다. 마당에선 강시처럼 뛰어다니고 침대만 보이면 몸을 던져 드롭킥을 날리곤 했다. 〈영웅본색2〉와 〈로보캅2〉를 함께 봤고, 〈더블 드래곤〉과 〈갤러그〉를 한대의 컴퓨터로 돌아가며 했다.
우린 중학생이 되면서 각기 다른 학교로 배정받아 헤어졌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이사까지 가게 돼 거리감이 생겨났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기에 우정이란 거리감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럴 수도 없었다. 우리는 중1 봄 우리 집에서 다시 만났다. 친구들은 먼 길 마다치 않고 달려와 주었다. 놀랍게도 여전히 침대 위에서 뛰고 컴퓨터 오락을 하고 서로의 머리에 헤드락을 걸며 놀았다. 중학생이었는데도, 변함없이.
그러나 함께 모인 건 그게 마지막이었다. 한 친구는 너무 먼 곳으로 이사 가서 연락이 끊겼다. 다른 한 친구와는 중학교 시절엔 연락이 닿았지만, 척박한 고교 시절을 보내는 중에 연락이 끊겼다. 우리 중 가장 잘생기고 인기가 좋았던 나머지 한 친구는 불량학생들과 어울려 사고를 치고 다니다가 퇴학을 당했다는 소식을 끝으로 감감무소식이다. 한동안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물론 옛 친구들이 사라진 자리에 곧 새 친구들이 들어서서, 새로운 추억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그래도 종종 헤드락을 걸고 주윤발을 흉내 내던 그 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눌 오랜 친구들이 더 이상 없다는 생각에 울적해진다. 기억은 함께 나눌 사람이 없으면 조금씩 소실된다. 벌써 그 시절의 많은 추억들이 희미해졌다.
잃어버린 친구들과의 추억이 아쉬울 때마다, 지금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生)의 소중한 추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오늘 친구들에게 전화 한 통씩 걸어봐야겠다.
잃어버린 친구들과의 추억이 아쉬울 때마다, 지금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좀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生)의 소중한 추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오늘 친구들에게 전화 한 통씩 걸어봐야겠다.
구현 휴먼앤북스 편집장 200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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