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추석명절을 맞았다. 올 추석명절에도 끝없이 늘어선 차량 정체를 무릅쓴 귀성객들로 도로는 메워질 터다. 극심한 정체를 피하기 위해 정체가 덜한 시간을 겨눠 출발하는 이들도 있겠고, 더러는 아예 에둘러 돌아가더라도 정체가 없는 국도를 택하는 이들도 있겠다. 고향을 오고 가는 길에 국도로 갈아타고서 가족들과 이름난 명소를 두루 돌아보고 오는 여유를 부려 보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가 추석명절이 있는 9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로 국도 여행 명소를 추천했다. ◆ 전남 여수 17번 국도
↑ 이른 아침 운해가 깔린 전북 임실 옥정호의 모습. 옥정호에는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가을철에 자주 운해가 밀려든다. 전주와 완주를 거쳐 임실을 지나는 27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17번 국도 여행은 전남 여수 군자동의 진남관에서 시작한다. 전라좌수영 객사였던 진남관의 문 앞에 서면 장군도와 돌산대교가 보이고, 길 건너 계산의 언덕 위에 올라가면 이순신 장군이 군령을 내렸다고 전해지는 자리에 세워진 비각인 고소대가 있다. 고소대와 이어진 고소동 골목길에는 2012년 개최 예정인 여수세계박람회를 주제로 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오밀조밀 그려진 벽화를 구경하며 골목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수시가지를 지난 17번 국도는 곧 돌산도로 건너가서 섬을 순환한다. 이 길을 따라가면 돌산대교와 돌산대교공원, 무슬목, 전남해양수산과학관, 방답진 선소, 돌산향교, 은적암, 향일암 등 여수의 명소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전남해양수산과학관은 가족여행자들이라면 빼놓지 말아야 할 곳. 다양한 바닷고기들을 직접 만지거나 관찰할 수 있다. 여수 선소유적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든 곳이고, 서호요트장은 범선과 요트들이 늘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향일암이야 여수에 들렀다면 빼놓을 수 없는 명소. 굳이 일출 때가 아니어도 암자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각별하다.
◆ 대구·경북 청도 25번 국도
대구에서 경북 청도로 이어지는 25번 국도는 대구수목원과 청도의 와인터널을 지난다. 쓰레기 매립장 위에 조성해 지난 2002년 문을 연 대구수목원은 꽃과 나무가 울창한 수목원으로 변모했다.
6만 그루의 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13만 포기의 화초가 꽃을 피운다. 각기 다른 테마를 지닌 정원이 무려 21개에 달한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이즈음에는 코스모스 꽃길을 따라 조롱박과 수세미가 주렁주렁 매달린 터널과 나무 향이 가득한 숲을 걸을 수 있다. 대구에서는 근대문화의 현장을 찾아가는 골목길 투어를 빼놓을 수 없다. 동산선교사 주택에서 출발해 계산성당, 이상화고택, 진골목 등을 다 돌아보는 데 서너 시간이면 된다.
대구를 지나는 25번 국도는 청도로 이어진다. 청도에는 일제강점기 철도터널을 와인창고로 개조한 '와인터널'이 있다. 1904년 완공됐다 1937년 사용이 중지돼 폐허로 남아 있던 남성현 철도터널을 지난 2006년 청도와인에서 인수해 와인창고 겸 시음공간으로 변신했다.
◆ 전북 전주·완주·임실 27번 국도
27번 국도는 전북 군산에서 시작해 전주와 완주, 임실, 순창을 지나 전남 곡성과 순천, 고흥에 닿는다. 그 중 가장 매혹적인 구간이 전주에서 완주를 거쳐 임실로 옥정호를 따라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에서는 옛 멋이 그윽한 공간들을 지난다. 전주 시내를 관통해 남쪽으로 내려가다 만나는 곳이 덕진공원과 한옥마을이다. 덕진공원의 연꽃은 이미 다 져서 아쉽지만 현수교를 건너며 바라보는 연잎과 연밥이 가득한 풍경도 나무랄 데 없다. 한옥마을은 '전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곳. 빼곡히 들어선 한옥들이 세련된 감각으로 되살려져 추억과 낭만을 선사한다. 한옥마을 골목 곳곳에 들어선 체험형 공방을 들르면 즐거움은 두 배가 된다.
전주를 벗어난 국도는 완주를 지나 임실로 들어서 옥정호를 만나게 된다. 잠깐 국도에서 빠져나와 운암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옥정호반을 드라이브하는 맛이 좋다. 옥정호반의 전망은 국사봉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으뜸이다.
◆ 충남 부여·서천 4번 국도
4번 국도는 한반도의 허리쯤을 횡단하는 길이다. 충남 서천 장항읍에서 시작해 부여와 논산, 경북 칠곡과 영천을 지나서 경주시 감포읍에 닿는다.
이 가운데 충남 부여와 서천을 잇는 4번 국도는 백제의 역사유적 탐방과 함께 휴양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코스다. 도로변의 경관도 빼어나 가족여행 코스로 손색이 없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에서는 부소산성과 정림사지5층석탑, 궁남지 등을 순서대로 돌아본다. 이즈음 부소산성에서는 낙화암으로 이어지는 송림을 따라 기분 좋은 가을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정림사지에서는 조형미가 뛰어난 백제탑을 볼 수 있다.
궁남지에서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애틋한 사랑을 떠올릴 수 있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여행이라면 백제금동대향로 진품이 전시된 국립부여박물관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능산리 고분군이나 무량사를 함께 돌아보는 알찬 여정을 꾸밀 수도 있다. 국도를 따라 서천으로 들어서서 만나는 희리산해송휴양림은 사철 푸른 해송으로만 이뤄진 휴양림. 피톤치드향 가득한 숲속을 걷다 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다. 인근의 장항송림산림욕장에서는 모래찜질도 즐길 수 있다.
2011.09.17 박경일기자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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