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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근교산&그너머 <695> 양산 재약봉(국)

흔적. 2011. 10. 25. 19:47

 

 

 

- 재약산 가지산 신불산 영축산 등 한눈에 조망
- 인근 사자평 가을 억새 인기에 뒤처져 한산
- 배내골 선리~죽전마을 잇는 약 10㎞ 코스
- 죽전고개서 하산 직전 사자평 들러도 좋아

부산을 중심으로 한 '근교산의 클래식'인 영남알프스로 가을 산행을 나설 땐 누구나 억새부터 떠올린다.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일명 '남부알프스'나 능동산에서 천황산 재약산으로 이어지는 '중앙알프스'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억새의 천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약산 자락 8부능선 700~800m대 고원에 걸쳐 있는 사자평은 약 360만 ㎡의 면적을 자랑하는 전국 최대 억새군락지다. 10월과 11월 주말의 재약산 사자평은 그 넓은 억새밭이 '사람 반 억새 반'으로 둔갑할 만큼 수많은 인파로 몸살을 앓기도 한다. 사자평 산행의 가장 일반적인 코스로는 밀양 표충사를 기점으로 하는 원점회귀 산행 루트가 손꼽힌다. 배내고개에서 출발해 능동산을 거쳐 천황산 재약산을 돌아 표충사로 하산하는 길도 인기 있는 코스다.

   
'근교산&그 너머 ' 취재팀이 재약봉 정상에서 영남알프스 일대를 살피고 있다. 가운데 봉이 재약산이고 그 뒤 겹친 봉이 천황산, 취재팀 머리 위쪽 가장 먼 곳의 봉우리가 가지산이다. 재약산 오른쪽 아래에 사자평도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약산 천황산과 인접해 있지만 평소에도 소외당하고 있는 재약봉(953.8m)은 억새철이면 더욱 외롭다. 운문산 억산 능선과 문복산 고헌산만 뺀 나머지 영남알프스 대부분의 봉우리와 능선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재약봉이지만 가을이면 언제나 고독하다. 억새나 단풍이 빼어난 것이 아니기에 사람들의 발길은 더욱더 뜸해진다. 조망 하나만큼은 영남알프스 최고 전망봉으로 꼽히는 향로산(香爐山·976m)에 비해서도 전혀 뒤지지 않지만 주변의 명산들 틈바구니에서 어쩔 수 없이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게 된다. 산꾼들 중에서도 재약산과 재약봉을 혼돈할 수 있는데 재약봉은 향로산에서 재약산 사자평으로 가는 능선길 중간에 솟아 있는 953.8m봉을 일컫는 이름이다. 산에 순위를 정할 수는 없겠지만 재약봉은 재약산(1119m)에 비해 규모와 높이 면에서 모두 '동생뻘'이다.

   
재약봉에서 코끼리봉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아담한 넓이의 억새밭.

고독과 외로움의 계절이기도 한 이 가을.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재약봉의 외로움을 함께하고자 이번 주 산행지로 택했다. 들머리 날머리도 밀양 표충사가 아니라 배내골로 잡았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를 넘긴 배내골은 비교적 한적하다. 대신 가을이 깊어갈수록 골짜기 좌우로 고운 단풍이 물들면서 추색(秋色)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한적한 산길을 걸으며 중간중간 나타나는 전망대에서 영남알프스 산군의 힘찬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기분은 유명한 억새 산행지나 단풍이 좋다는 산에서 인파에 치이는 것보다 오히려 매력적이다.

산행은 배내골 중류에 자리 잡은 양산시 원동면 선리의 선리보건지소 앞에서 시작해 조금 더 상류인 울산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죽전마을의 배내자연농원 앞에서 끝난다. 선리보건소~경로당~인동 장씨 묘~향로산 재약봉 갈림길(전망대 살짝 경유)~칡밭재~재약봉 정상~안부 억새밭~902봉~양산 밀양 울주 분기점~코끼리봉~죽전고개~전망대~학성 이씨 묘~알프스산장 앞 69번 지방도 순. 총거리 10.4㎞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4시간, 휴식과 식사를 포함하면 5시간~5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하산 길 전망대에 서면 간월서봉 간월산 신불산(왼쪽부터)이 보인다.

들머리인 선리마을로 가는 길에 느끼는 배내골의 가을 정취는 여유롭다. 간간이 산악자전거(MTB) 동호회원들이 줄을 지어 달리는 모습에서 여유가 묻어난다. 선리마을 버스정류장 부근 보건지소에서 69번 지방도를 건너 북쪽으로 30m만 가면 경로당이 있다. 그 앞 공터로 들어서서 산쪽으로 보면 등산로가 열려 있다. 민가 오른쪽 담벽을 끼고 곧바로 능선으로 붙는다. 초반부터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다. 하지만 길은 지그재그 형태로 나 있어 그렇게 숨이 차지는 않다. 소나무보다는 참나무가 많은 산이다. 참나무는 기온이 조금만 더 내려가면 금세 엽록소를 잃고 갈색으로 변한다. 아직은 푸른 기운을 띠고 있지만 이달 중으로 적갈색 잎을 떨어뜨릴 것이다.

   
산행 초반 주능선 삼거리에서 향로산 방향 20m 지점에 있는 전망대.

이마에 땀방울이 조금 맺힐 즈음 월성 이씨 묘를 통과한다. 보건지소에서 출발한 지 15분. 길은 계속되는 외길 오르막. 조금씩 호흡은 가빠오지만 시원한 산바람을 즐기며 천천히 걷노라면 어느새 오르막의 고달픔은 말끔히 사라지고 가을 산행의 여유를 만끽하게 된다. 인적 뜸한 길이라지만 산행로는 아주 잘 닦여져 있다는 점도 고마운 일이다. 30분쯤 오르면 중간에 볼록 솟은 615봉. 양지바른 곳에 인동 장씨 묘가 자리 잡고 있다. 고개를 들면 주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안부로 살짝 내려선 후 다시 오르막을 타고 40분쯤 가면 향로산과 재약봉으로 갈라지는 주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기 직전, 왼쪽 20m 지점에 있는 전망대에 들러 남서쪽의 시원한 조망을 살핀다. 오른쪽 어깨 너머로 917봉이 보이고 선리에서 가산재로 연결되는 긴 골짜기인 다람쥐골의 울창한 숲이 드러난다. 또한 골짜기 건너 향로봉 백마산 능선과 멀리 능걸산 축전산 자락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재약봉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완만한 내리막. 7분 후 안부 사거리에서는 직진한다. 이어서 나타나는 야트막한 봉우리인 832봉은 왼쪽 옆구리를 타고 살짝 우회한 후 다시 능선 마루금으로 합류한다. 길가 단풍잎이 아직은 푸르다. 10분 후 주변이 편평한 사거리를 만나는데 칡밭재다. 왼쪽은 밀양의 대표적인 산간 오지마을로 알려진 칡밭마을을 거쳐 표충사로 하산하는 길이고, 오른쪽은 배내골의 장선리 마을회관 쪽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눈앞에 솟아 있는 재약봉을 보면서 직진하면 5분쯤 편평한 길이 이어지다가 경사가 급해진다. 20분가량 오르막을 치면 재약봉 정상이다.

정상석은 사라졌고 삼각점만 덩그러니 남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미만큼은 압권이다. 북쪽으로 재약산과 사자평, 천황산 능동산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중앙능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 능동산에서 동쪽으로 배내고개와 배내봉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 영축산 함박등 시살등 오룡산까지 이어지는 남부알프스 산군이 육중한 몸매를 뽐내며 달려오고 있는 듯하다. 물론 남서쪽으로는 이웃 산인 향로산이 가깝게 다가온다. 재약산 아래 사자평 억새밭에는 산꾼들의 모습이 천연색 모래알처럼 반짝인다.

정상에서 30분 이상 머무르며 마음껏 경치를 즐기는데도 좀처럼 인적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재약봉은 고독한 산이다. 덕분에 '신선놀음'하듯 실컷 경치 감상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결국 다음 방문자를 만나지 못한 채 재약봉 정상과 작별을 고한다. 하산은 진행 방향인 북쪽 능선을 따른다. 내리막을 타고 15분쯤 가면 안부의 작은 억새밭이다. 축구장 1개 정도의 규모로, 비록 사자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지만 그래도 전국 최대 억새밭을 일부러 피해 가야 하는 이번 코스의 아쉬움을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

안부의 억새밭에서는 인적이 많지 않은 탓에 길 찾기가 다소 힘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전방에 솟은 봉우리를 보며 능선을 따른다는 생각으로 찬찬히 살펴보면 길은 계속 이어진다. 근교산 리본도 참고하자. 15분가량 오르막을 타면 902봉이다. 잡목이 우거져서 조망은 기대할 것이 못 된다. 우측으로 길이 살짝 휘면서 능선을 7분쯤 따라가면 왼쪽으로 재약산과 사자평이 살짝 드러나는 곳에 오른쪽 지능선을 떨어뜨리는 갈림길인 듯한 지점이 있다. 이곳이 바로 경남 양산시와 밀양시 그리고 울산시 울주군 등 3개 지역이 나뉘는 분기점이다. 오른쪽 능선 쪽으로 갈림길이 있고 붉은색 리본도 달려 있지만 이 능선의 등산로는 중간에 끊긴다. 취재팀은 별도로 리본을 부착하고 '등산로 없음' 표시를 해놓았다. 일단 직진이다. 참나무 터널 같은 능선길을 따라 8분쯤 가면 삼각점이 있는 코끼리봉. 능선길 위에 있어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재약산이나 사자평 방향에서 보면 코끼리가 코를 길게 늘어뜨린 것처럼 보인다고 해 이처럼 재미있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재약산 산들늡 고산습지 보호지역' 안내판과 이정표가 설치돼 있는 사거리인 죽전고개까지는 12분 정도 걸린다. 진행 방향 왼쪽의 안내판 뒤로 돌아 내려가면 사자평이고 직진해도 재약산과 사자평으로 갈 수 있지만 취재팀은 억새의 유혹을 뿌리치고 오른쪽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죽전·배내산장' 방향을 가리키는 작은 표지판을 참고하자. 10분쯤 내려가면 눈앞이 탁 트이는 전망바위다. 배내봉에서부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시살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거대한 성벽처럼 가로놓인 모습이 장관이다. 학성 이씨 묘를 거쳐 날머리인 죽전마을 알프스산장 앞 69번 지방도까지는 30분쯤 걸린다.


◆ 산중한담(山中閑談)

- 산간 오지 칡밭마을, 한때 '시대의 피난자'들 안식처 역할

경남 양산과 밀양의 시 경계에 위치한 재약봉 산행 도중 거치게 되는 칡밭재는 오랜 옛날부터 배내골 중류의 양산시 원동면 장선리 사람들이 밀양시 단장면 칡밭마을을 거쳐 밀양장까지 왕래하던 주요 통로다. 그런데 이 칡밭마을은 밀양에서도 산중 오지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워낙 깊은 산중에 위치한 탓에 "세상이 싫다"며 속세를 등지고 이 마을로 찾아드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배내골에서 터전을 잡아 살고 있는 배내산장 김성달 대표는 "1970~80년대에는 예쁘장한 아가씨가 이 마을로 들어와 수년간 살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군사정권으로부터 수배를 당하자 체포되지 않으려고 숨어든 것이었다"며 "요즘이야 세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하다가 쫓기게 된 사람들이 심심찮게 칡밭마을을 찾아 오곤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칡밭마을은 험하다면 험한 이 세상과 동떨어진 일종의 '안전지대' 역할을 했던 곳이라는 이야기다.


◆ 교통편

- 원동역까지 무궁화호 이용 후 배내골행 버스 갈아타야

열차편으로 원동역까지 간 후 배내골행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부산역에서 오전 7시50분, 9시15분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면 원동역까지 30분 걸린다. 요금은 2500원. 산행 후 원동역에서 부산역으로 가려면 오후 5시9분과 오후 6시39분 무궁화호 열차를 타면 된다. 부전역에서 원동역까지 가려면 오전 6시50분과 10시 정각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면 된다. 원동역에서 부전역까지 가는 무궁화호는 오후 4시14분과 7시33분에 탈 수 있다.

원동역에서 배내골행 버스는 열차 도착 시간과 연계돼 있다. 오전 7시35분, 8시05분, 8시35분, 10시45분 등 하루 7~8회 운행하며 오후에 배내골에서 원동역행 버스는 대리 출발 기준 오후 3시45분, 6시, 6시50분, 8시10분 등이다. 30분 소요.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양산IC에서 내려 우회전한 후 곧바로 어곡공단 배내골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어곡터널을 통과하고 나서 에덴밸리리조트 배내골 방향으로 우회전해 고개를 넘어가면 배내골로 진입할 수 있다. 선리 보건지소 앞이나 마을회관 주변에 주차하면 된다.

출처 : 부산 달팽이산악회(4050)
글쓴이 : 연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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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갈라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