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음(音)

[가곡] 베르디의 오페라 춘희중 "축배의 노래"

흔적. 2011. 9. 30. 19:13

언제 어디서 들어도 참 좋은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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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디의 18번째 오페라이며 '리골레또', '일 트로바토레'에 이어 사회적 신분 때문에 억눌려 온 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은 비극이다. 그러나 여주인공 비올레타의 윤락녀라는 처지는 많이 희석되어 그의 작품 중 드물게 피를 흘리는 일이 없는 서정적인 내용을 지닌 작품이다. 원제 'La Dame aux Camelias(동백꽃을 단 여인, 동백꽃 부인)'는 여주인공이 언제나 가슴에 동백꽃을 달고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오페라에서는 La Traviata(잘못된 길에 들어선 여인, 타락한 여자)로 제목을 바꾸었고 여주인공도 마르그릿트에서 비올레타로 고쳤다. 지금까지 차곡차곡 오페라 작곡가의 지위를 확고히 쌓아온 베르디는 이 '라 트라비아타'에서 혹평을 받고 주춤한다. 그 까닭은 작품의 소재가 오페라 세리아임에도 불구하고 현실(당시)의 이야기를 여과없이 그대로 썼다는 것. 소위 신성해야 할 무대 위에 윤락녀를 여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점, 그리고 그 여주인공이 폐병으로 죽는 장면도 전에 없이 역겨운 데다가 초연 때 노래한 소프라노 가수가 도저히 폐병환자라고는 볼 수 없는 뚱보였다는 사실 등을 꼽는다. 물론 베르디 자신은 초연 실패에 낙담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 오페라는 머지않아 세상을 휩쓸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과연 오늘날은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의 변함없는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페라 "춘희" 줄거리

전주곡

베르디의 모든 전주곡 중 가장 아름답고 설득력 있는 명곡이다. 특히 현악 4중주로 연주되는 서두부분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몇 소절을 듣기만 해도 황홀한 기분에 젖어 버린다. 곡은 후에 비올레타가 알프레도에게 이별을 고할 때 울리는 선율이며 또 제 3 막에서 병들어 누운 비올레타를 암시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

제 1 막 「비올레타의 집 응접실」

구슬픈 전주곡이 잦아들면 화려한 음악으로 바뀌며 막이 오른다. 응접실은 파티 손님으로 가득하다. 그들은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고 합창한다. 이 집의 주인인 비올레타가 미소를 뿌리며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가스통 자작이 함께 온 청년을 소개한다. 그는 남부 프랑스 지방 한 갑부의 아들 알프레도 이다. 유흥가에 경험이 없는 순진한 그에게 문득 비올레타의 눈길이 머문다. 주위의 요청에 못이겨 알프레도는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른다. 그가 부르는 '축배의 노래(Birndisi: Libiamo, libiamo ne'lieti calici)' "행복의 잔을 들어 건배하자"를 비올레타가 따라하고 사람들도 다 함께 술과 노래와 일락을 칭송한다. 이윽고 응접실에 무곡이 흐르면 손님들은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들과 함께 춤을 추려고 일어나다 비올레타는 갑자기 어지러워 의자에 쓰러진다. 염려하는 손님들을 괜찮다고 내보내고 혼자 창백한 얼굴로 거울 앞에 앉아 있는 동안에, 갑자기 알프레도가 나타나 진심에서 우러나는 사랑을 호소한다. 둘은 2중창 '어느 행복한 날(Un di felice)'을 부른다. 비올레타는 처음에 그의 말을 곧이 듣지 않고 웃으며 가볍게 흘려버린다. 그러나 너무도 순진한 호소에 감동하여 가슴에 달고 있던 동백꽃을 건네주며 "그 꽃이 시들 때"하고 내일을 약속한다. 밤은 지새고 손님들이 하나 둘씩 돌아간다. 홀로 응접실에 남은 비올레타는 야릇한 마음의 동요를 느끼며 아리아 "이상하다! 이상해!..(E strano! e strano!...)"를 부른다. 그 노래는 어느새 자기 처지를 한탄하는 자조 섞인 내용으로 바뀐다. 그 때 갑자기 알프레도의 사랑의 노래가 멀리서 들려 온다. "아, 그이인가..(Ah, fors'e lui)"하고 그 소리에 이끌리지만 미친 듯이 그의 사랑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며 그녀는 "언제나 자유롭게(Follie! Follie!.. Sempre libera)"하고 쾌락을 찬양한다.

제 2 막

[제1장 ㅣ 파리 근교의 시골집]
석달이 흘러갔다. 일프레도의 지극한 사랑에 마음을 연 비올레타는 파리의 생활에서 벗어나 둘이 이 집에 와 살고 있다. 사냥복 차림의 알프레도가 들어와 아리아 "그녀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Lunge da lei)... 내 끓어 오르는 마음(De' miei bollenti spiriti)"을 노래한다. 파리에 나갔던 하녀 안니나가 돌아온다. 그녀에게서 생활비 때문에 비올레타가 물건을 내다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듣고 알프레도는 직접 돈을 구하려고 파리로 떠난 다. 이어 알프레도의 아버지 죠르주 제르몽이 찾아온다. "발레리 양입니까?" "네"하고 둘은 인사를 나누며 2중창을 펼친다. 그는 비올레타가 아들을 유혹하여 재산을 빼앗을 속셈을 품은 줄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실은 그녀가 진정한 사랑을 위해 자기의 온 재산을 탕진하고 있음을 알고 감격한다. 그렇지만 둘의 동거생활은 딸의 결혼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므로 제발 아들과 헤어져 달라고 부탁한다. 울며 어쩔 수 없이 청을 받아들인 그녀는, 한 여자가 자기의 행복을 희생했음을 딸에게 전해 달라고 당부한다. 죠르주는 그녀를 위로하고 격려한 뒤 그 자리를 떠난다.
곧 비올레타는 작별의 편지를 써 놓고, 돌아온 알프레도에게 아버지가 찾아왔던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는 슬픔을 참고 그를 껴안으며 "나의 알프레도, 당신을 사랑해요!"하고 미친 듯이 외치면서 밖으로 달려나간다. 얼마 후 비올레타가 마차로 파리에 갔음을 안다. 그 때 그에게 편지가 도착한다. 의아해 하며 겉봉을 뜯어보니 뜻밖에도 이별을 알리는 비올레타의 편지였다. 비올레타가 잠깐 있다 돌아올 줄 알았던 알프레도는 몹시 슬퍼한다. 때마침 아버지가 돌아와 고향 프로방스(프로벤자)의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한 아리아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 (Di Provenza il mar)"를 노래하며 슬픔에 잠긴 아들을 위로한다. 알프레도는 아버지의 위로따위는 아랑곳도하지 않고 자신을 배신한 비올레타에게 "복수하겠다!"며 뛰쳐나간다.

[제2장 ㅣ 파리, 플로라의 응접실]
흥겹게 파티가 열리고 있다. 알프레도가 불쑥 나타나 카드놀이 판에 끼어든다. 비올레타와 손을 잡고 들어온 두폴 남작을 보고 내기를 하자고청하여 결국 계속 돈을 따낸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려고 다른 방으로 몰려간 사이에 알프레도가 비올레타에게 정말 마음이 변했느냐고 다그쳐 묻는다. 알프레도의 아버지 죠르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남작을 사랑한다고 거짓말 한다. 화가 치민 알프레도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놓고 큰소리로 그녀를 모욕한 뒤 놀음에서 딴 돈을 얼굴에 뿌린다. 비올레타는 너무 놀라 기절하고 사람들은 무례한 그의 행동을 나무란다. 그 때 죠르주가 들어와 아들을 힐책한다.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다고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는 알프레도, 그렇게 망신을 당하고도 그를 잊지 못하는 자기의 깊고 깊은 사랑을 읊는 비올레타, 알프레도를 비난하는 남작, 그리고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비올레타를 향한 동정어린 격려 등 각기 저마다의 사연을 노래하는 일대 합창속에 막이 내린다.

제 3 막 「비올레타의 침실」

아름답고 비극적인 제 3 막 전주곡이 끝나면 막이 오른다. 비올레타는 폐병이 도져 소지품을 팔아 약값을 대다 못해 이제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 있다. 의사 그랑빌이 찾아와 하녀 안니나에게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비올레타는 죠르주가 보낸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한다. 이제야 모든 사정을 알고 알프레도가 시죄하러 갈 것이라는 내용이다. 비올레타는 너무 늦었다고 한숨을 쉬고는 즐거웠던 지난날을 돌이키며 아리아 "지난날의 아름답고 즐거웠던 꿈이여, 안녕(Addio, del passato bei sogni)" 을 부른다. 드디어 알프레도가 찾아온다. 그는 비올레타에게 용서를 빌고 그녀를 따뜻이 껴안으며 다시 한 번 파리를 떠나 시골에서 살자고 2중창 "사랑하는 이여, 파리를 떠납시다(Parigi, o cara, noi lascermo)"를 함께 노래한다. 비올레타가 자기의 초상이 든 목걸이를 그에게 건네준다. 아버지 죠르주가 달려 들어와 둘의 사이를 허락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비통한 앙상블이 된다. 비올레타는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의식이 아득해져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 "이상해요!.. 갑자기 고통이 없어졌어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활력이.. 온몸에 되살아나요! 아! 다시 살아나는 거에요... 기뻐요! 하고 절규한 뒤 갑자기 고개를 떨구고 숨을 거둔다.

 

출처: 민병덕의 발자국(민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