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변하는 세상

고급화의 덫, 오버슈팅을 경계하라

흔적. 2012. 1. 2. 17:09

6년전 자료인데 기업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다시 한번 읽을거리다. 단순하라. 기본에 충실하고 선택과 집중에.

 

제조업에서 소프트적 DNA를 갖는다는 것은 체질이 바뀌지 않는 한...어렵다.

-------------------

 

LG경제연구원 `고급화의 덫, 오버슈팅을 경계하라'



고급화 바람이 거세다. 값비싼 명품부터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까지 고급화가 언급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

더욱이 중국 업체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고급화는 한국 기업의 대표적인 경쟁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컨대, 한국산 휴대폰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비싼 값에 팔리고 있으며, TV의 경우 평면 TV의 제품 라인을 강화하면서 후발 기업들의 가격 경쟁을 고기능신제품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고급화 전략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

제품 기능이 고객 기대 수준을 초과


과도한 고급화로 어려움에 봉착한 기업들도 많다. 에릭슨의 경우 휴대전화 사업 초창기 모토롤라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고수하며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나 고가폰 위주의 전략을 전개하여 고객의 외면을 받았다. PDP 기술로는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인정받는 파이오니아 역시 50인치 이상의 대형 제품 위주를 탈피하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더 재미있는 사례도 있다. 소니의 평면 브라운관 TV가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을 때 경쟁사인 마쓰시다의 기술자들은 평면 브라운관TV의 화면 중앙부에 영상 왜곡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들은 브라운관은 곡면이지만 영상은 평면으로 재생되는 기술을 개발해 이 기술을 적용한 TV를 자랑스럽게 시장에 내놓았다고 한다. 이 이해하기 힘든 제품을 고객이 외면한 것은 물론이다
.

성공기업의 딜레마의 저자인 크리스텐슨은 이러한 현상을  오버슈팅(Overshooting)이라 부른다. 기업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제품의 기능이 고객의 기대 수준을 넘어버리는 과() 고급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

오버슈팅 가능성이 높은 IT 산업


IT
산업은 기술 집약적인 첨단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해야 하는 특성상 오버슈팅의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일단, IT 제품의 고급화는 고기능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기능화는 R&D 투자비증가와 부품 수의 증가로 이어져 가격 상승을 초래하기 쉽다
.

그런데 고기능 제품의 한계 효용은 점차 감소하는 특성이 있다. 디지털 카메라 화소가 100만 화소에서 200만 화소로 향상되었을 때 고객이 체감하는 성능 향상 효과와 600만 화소에서700만 화소로 향상되었을 때 고객이 체감하는 성능 향상 효과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처럼 제품의 기능성과 안정성이 고객의 기대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기술 혁신의 한계 효용은 점진적으로 감소한다. 따라서 고객은 굳이 비싼 값을 주고 과고급 제품을 구매하려 들지 않는다. 오버슈팅이 시작되는 것이다
.

최근의 IT 업계를 보면 오버슈팅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3G 통신 서비스에 대한 논의는 벌써 몇 년째 계속 되었지만 각국의통신 서비스 수준은 아직도 2.5G에 머물러있다. 비싼 서비스 요금과 단말기 가격을 지불하고 3G 통신 서비스가 제공하는 화상통화와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의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 서비스업계는 3.5G에 해당하는 HSDPA, 와이브로 등의 신기술을 준비 중에 있다. 인치당 10만원이면 폭발적인 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되었던 디지털 TV도 생각보다 더딘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정작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슬림 브라운관 TV이다. 물론 슬림 브라운관은 브라운관 TV에서 평면 TV로 기술이변화 과정을 중계하는 브리지(Bridge) 제품의 성격이 크지만 소비자들이 생각 외로 보수적인 구매 패턴을 보이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

IT
컨버전스 역시 오버슈팅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휴대폰으로 인터넷, 음악감상 및 TV시청, 사진 찍기, PDA, 카 네비게이션 기능이 모두 장착된다고 해보자. 하지만, “PDA가 기능이 있다는데 한번도 안 써봤어.”“난카 네비게이터가 이미 있는데...”라고 말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

오버슈팅은 기업 생존을 위협


크리스텐슨 교수의 와해성 혁신 이론에 따르면 오버슈팅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서운 함정이다. 오버슈팅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시장에 나오는 제품이 쓸데없이 기능이 많고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불평한다. 이 때 어떤 기업이 과잉 고급화의여지를 제거한 간소한 제품을 저가에 내놓으면 로우 엔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
.

그러나 기존의 성공 기업은 신규 기업에 비해 간접비와 고정비 부담이 높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낮을 뿐 아니라 모든 자원배분과 수익 모델이 고급화 전략을 중심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에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저가 메이커와의 가격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제품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쓴다
.

그러나 신규 저가 메이커들의 기술이 안정화되고 제품 성능이 향상되면 기존의 성공 기업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신규 업체들이 고가 시장까지 침투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은 저가 메이커에 의해 완전히 잠식되고 기존의 성공 기업은 와해되어 버리고 만다(<그림> 참조).이것은 중국, 인도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받고 있는 한국 IT 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약 IT 업계에 오버슈팅이 확산되고, 한국산 제품과 후발 기업 간의 제품 성능 차가 크지 않다면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의 자리를 완전히 잠식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버슈팅이야말로 우리 기업이 가장 경계해야 할 위협인 지도 모른다.

 



오버슈팅의 발생 원인

그렇다면 오버슈팅은 어떤 이유로 발생하는 것일까?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비즈니스의 정석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고급화가 진행되는 배경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

    ●
가격 프리미엄에 의존하는 수익 모델

저가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는 경우 기존 기업은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디자인을 고급화하여 가격 프리미엄을 누리려 한다.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디자인을 통한 제품 이미지 고급화의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우므로 고기능화를 통해 제품을 차별화하게 된다.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기능들이 고객에게 진짜 필요한 기능이 아니고, 기존 제품과의 가격 차이에 비해 성능 차이가 크지않은 경우 오버슈팅을 초래하게 된다
.

    ●
과거의 성공 함정

제품이 성숙되고 시장이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성공 경험에 빠져 있는 기업은 오버슈팅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대표적인 예가 R&D 성공 함정이다. 혁신적인 R&D와 과감한 기술 투자로 성공을 거둔 기업은 지금까지의 성공 요인이 R&D 자체라고 오해한다. R&D 자체가 성공한 것이라기 보다는R&D의 방향과 고객의 니즈가 일치해서 성공을 거둔 것인데도 말이다. 지나친 기술 집착증과 무의미한 기술 개발이 계속되면 고객의 기대 수준을 뛰어넘는 오버스펙의 제품을 출시하게 된다. 고객에 대한 개념과 대응 방식이 변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피상적인 시장 조사와 계량화된 데이터만으로 고객을 대하는 기업은 고객의 니즈가 변하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한다. 예전에 제품을 구매했던 고객의 신상 정보 알아내기에만 열을 올릴 뿐이다. 이들은 새로운 니즈를 가진 고객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아냈다 하더라도 과거에 가지고 있던 고객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버리지 못한다. 제품 컨셉은 바뀌지 않고 대신 시장 유행을 추종한 새로운 요소만 첨가된 어정쩡한 제품은 고객에게 외면당할 뿐이다
.

    ●
공급자 주도의 제품 개발

첨단 기술력을 가진 몇몇 공급자 간의 B2B가 시장을 주도하는 경우에도 오버슈팅이 일어난다. 시장을 선도하는 소수 기업이 기술적 로드맵에 따라 파트너 기업에게 제품 개발을 요청하면, 그들과 거래 관계에 있는 파트너 기업들은 집중적인 R&D를 통해 제품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경우 제품 개발 속도가 매우 빨라지므로 초기 시장을 촉발하고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에는 유리하다. 그러나 제품 성능이 고객의 기대 수준에 근접하는 단계에도 이러한 제품 개발 관행이 지속되면 고객의 기대 수준이 상승하는 속도보다 제품이 발전하는 속도가 더 빨라 오버슈팅이 진행되기 쉬운 것이다. 또한 First-to-Market(최초 출시)에 집착하는 공급자 간의 과도한 경쟁에 의해서도 오버슈팅이 발생한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벌어졌던 화소 경쟁, PDP LCD 시장의 대형화 경쟁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은 시장 지위를 강화하려는 기업의 의도에 의한 것일 뿐 고객의 니즈와 제품의 가치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므로 오버슈팅으로 이어지기 쉽다
.

고객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기


앞서 살펴본 오버슈팅의 원인들을 보면 우리는 한 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제품의 성공 비결을 고객과 시장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현재 역량과 과거 관행에 비추어 생각하기 할 때 오버슈팅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오버슈팅은 고객을 외면하는 기업에 대한 시장의 반격이다
.

현재 주요 IT 기업들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스마트폰, 모바일 멀티미디어기기 등의 차세대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들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동 중에 방송을 볼 수 있고 대용량의 데이터를 무선으로 빠르게 전송 받는 기술을 통해 고객의생활은 얼마나 편리해질 것인가?이것이 IT 기업이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경쟁자보다 더 좋은 기술을 먼저 개발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어떤 제품이 필요할 것인지 고민할 때다
.

    ●
고객을 직접 관찰할 것

오버슈팅을 피하기 위한 첫번째 과제는 피상적인 시장 조사로부터 탈피하는 것이다. 크리스텐슨은 고객이 제품에 대해 기대하는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고객의 신상정보를 들여다보는 대신 고객을 직접 관찰하라고 충고한다. 고객이 처한 환경과 고객행동 사이에 어떤 맥락이 있는 지 파악하면 고객이 현재 제품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어디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고급화는 기업의 일방적인 발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활동하는 맥락(Context)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책을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e-book의 사례를 생각해보자. 보통의 e-book 업체들은 가능한 많은 대학 교재를 데이터 베이스화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크리스텐슨은 그들에게 질문한다. 진짜 대학생들이 그 많은 책을 읽고 싶어 하는가? 오히려 교재를 읽지 않고 학점을 따는 것을 더 원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대용량의 e-book보다 학생들의 벼락치기 공부를 도와주는 Exam Cram 같은 사이트가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고급화라는 것이다
.

    ●
첨단 기술로 싼 제품을 만들 것

제품의 가격은 기업과 고객을 이어주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고급 제품이 아니면 이길 수 없는 체질이 되어가고 있는 기업은 새로운 방식의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한다. 이런 경우의 해답은 일단 R&D이다. 그러나 신기술 개발에 집착하는R&D가 아니라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R&D가 답임을 명심하자. 스쿠터 생산 업체인 일본의 쵸이노리는50cc 스쿠터 생산에 자동차 기술을 사용하여 가격 혁신을 이루었고 경쟁 중국 업체를 따돌렸다고 한다. 엔진에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여 방열성과 마찰성을 높이자 냉각 팬이 없어지는 등 엔진의 경량화 및 간소화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고성능 저가엔진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IT 기업의 R&D 방향성도 마찬가지이다. 기존 기술의 지속적 개량보다는, 고객 니즈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기술적 한계 극복(Breakthrough)에 자원을 투입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때 저가 업체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기능의 고급화를 통해 고객의 이목을 끌 수는 있지만 이것이 장기간의 시장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

    ●
오래 생각해서 신중히 만들 것

최근 IT 시장을 보면 일년에도 십 수 가지의 핸드폰이 출시되고 DTV와 같은 고가 제품도 몇 개월에 한 번씩 새 모델이 나온다. ‘이것저것 많이 개발하다 보면 그 중 하나는 히트한다는 안이한 발상의 결과다. 혹은 경쟁사의 제품 출시 속도가 너무 빨라 이에 대응하다 보니 그런 식의 제품 개발이 이루어진다고 변명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시장 선점에 집착해 온 IT 기업 스스로가 판 함정이다. 이미 고객은 이미 시장에 쏟아지는 신제품의 물결에 무신경해졌고, 마음에 든 제품도 몇 달 기다리면 훨씬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업체 간의 개발 경쟁은 기반 기술과 미래 연구에 투입되어야 할 연구 자원을 단기 개발 중심으로 전환시키면서 제품 경쟁력을 저하시키며, 이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된다. 이러한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신중한 제품 기획과 장기 연구를 통해 오래 장수할 수 있는 롱런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애플의 iPod은 처음 모델의 컨셉과 디자인을 몇 년 째 지속하고 있지만 여기에 식상해 하는 고객은 그리 많지 않다
.

일본 최고의 음료 회사인 산토리는 2000DAKARA라는 스포츠 음료를 출시하여, 발매 1년 만에 20년 간 일본 음료시장 정상을 고수하던 포카리스웨트를 물리쳤다. 그러나 DAKARA의 개발팀은 음료 하나를 만들기 위해 자그마치 4년 동안 고객을 관찰하고, 컨셉을 연구했다고 한다. 1년에 1000개의 신제품이 출시되는 것이 보통인데도 말이다. 당시 DAKARA 개발팀이 고수한 개발의 3 원칙은섣불리 상품이름을 생각하지 않는다’, ‘섣불리 디자인하지 않는다’, ‘섣불리 음료를 만들지 않는다였다고 한다. 금방 결정하고 적당한 수준에서 그만두면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DAKARA 개발팀의 설명은 물량 위주의 개발 경쟁에 젖은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고객 대응 체질을 개선해야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체질이라는 말을 쓴다. 불황을 이겨내는 체질,악재를 이겨내는 든든한 수익 체질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고객 대응 체질이다.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그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는 단순한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

모든 임직원의 사고와 의사 결정 과정에 고객이 뿌리 깊이 박혀, 그야말로 체질이 되어야 한다. 이제 고객을 중시하는 체질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고민할 차례다. 지금까지 생산 효율과 기술 개발이 우리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면 고객과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성공 비결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

2005.08.25() 이준섭기자 / K모바일

[LG경제연구원 손민선 전자통신전략그룹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