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농민에 우군(友軍)이 없다"
농업, 생명, 환경을 평생의 화두로 안고 살아온 김성훈 전 장관이 보는 현실은 참담하다. 그는 "무자년(2008년) 한 해는 참으로 우리 농민에게 속상하고 속 터지며 속이 뒤집힐 만큼 힘들고 고된 한해였다"며 "하늘이 돕고 땅이 도와 진짜 풍작을 이루었으나 들녘엔 풍년가 대신 한숨소리만 진동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우군(友軍)이 없습니다. 용역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학자들일수록 진실을 외면하고 꽁무니를 뺍니다. 오로지 호시탐탐 투기 대상으로 불법 소유한 농지를 합법화하려는 모리배들만 득실댑니다. 사회 각계각층의 농지 투기자들이 앞장서 농업 무용론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 이런 절망은 더욱 깊어진다. 김성훈 전 장관은 "대통령, 총리까지 나서서 개방 자체를 선전하기보다 개방의 심각성에 대비해 사전에 국민의 이익과 농업 자주권을 지켜낼 수 있는 준비를 제대로 해둬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 정부의 안이한 자세가 더 무섭고 두렵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서 "600년 역사의 숭례문을 정치적 이득을 노려 치적이랍시고 개방한 결과 하룻밤 사이에 숯 덩어리로 만든 사람들이, 자칫 1만5000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농업·농촌을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리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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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류 장사꾼 셈법 논하는 지도자…대한민국 미래가 없다"
▲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거라>(김성훈 지음, 한국농어민신문 펴냄). ⓒ프레시안 |
올해 고희를 맞는 김성훈 전 장관은 "상아탑에만 머물다 '신 운동권 교수'로, 농정 수장으로 일시나마 변신했던 내 모습에 솔직히 적잖이 혼란스럽다"며 "이제 길거리의 대안 운동은 열혈 시민단체에 맡기고 나는 농어촌·농어민의 살 길을 국민과 함께 찾아나가자는 대안 중심의 순수 민간 운동에 다시 뛰어 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의 이런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생명을 창조하는 유일한 환경 우호 산업인 농업에 영원한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실사구시적인 대안을 찾아 공급하는 것"을 방해하는 "3류 장사꾼 셈법을 논하는 최고 지도자"가 판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의 이런 질타를 가장 먼저 귀담아 들어야 할 이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달러를 가지고도 식량을 제때에 사지 못하고, 샀다고 하더라도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지불하거나 굽실거려 사먹어 보지 않고서는 농업의 진짜 숨겨진 가치를 깨닫지 못한다. 설사 해외에서 거의 식량 전량을 값싸게 사먹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사이에 국내 농업의 몰락으로 전국의 산하가 황폐해지고, 도시 공업 유흥 시설로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며, 오염된 식수와 유해 수입 식품 등으로 아토피·당뇨병, 호흡기·위장 질환 등 환경성 질병에 시달리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다면 어디 지도자라 부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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