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변하는 세상

[만물상] '최고 CEO' 스티브 잡스

흔적. 2009. 11. 10. 12:12

새로운 획을 긋는 사람에겐 그것을 수용하는 사회적 문화(묵계)가 있다.

기술의 창조와 디자인의 접목.../ 전문경영인조차 수용못하는,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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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애플의 임원과 엔지니어들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제록스의 팰러앨토연구센터를 방문했다. 제록스 연구원들은 컴퓨터 사용자가 암호 같은 명령어를 타이핑으로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크린에서 포인터를 움직여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작업하는 기술을 보여줬다.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와 마우스라는 획기적 기술이었다. 제록스는 PC산업을 완전히 뒤바꿀 기술을 개발해놓고도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팰러앨토연구센터를 방문했던 다른 과학자와 연구원도 마찬가지였다. 스크린에 나오는 멋진 그래픽에 넋을 잃고 감탄만 했을 뿐이다. 애플의 반응은 달랐다. 20대 중반의 연구개발 담당 부사장은 시연장면을 1분쯤 지켜보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펄쩍펄쩍 뛰며 소리쳤다. "이 좋은 걸 왜 그냥 내버려두고 있나. 이건 혁명이란 말이야, 혁명!" 그가 바로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였다.

 

▶애플이 제록스의 기술을 도입해 만든 컴퓨터가 PC 역사에 남을 명품 매킨토시다. 잡스의 다른 성공신화도 비슷하다. 애플의 온라인 음악서비스 프로그램 아이튠스는 제프 로빈스라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사운드잼'을 사들여 개량한 것이다. 망해가던 애플이 다시 살아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MP3 플레이어 아이팟도 포털플레이어라는 업체가 만든 칩에 도시바의 하드 드라이버를 접목해 만들었다.

▶독자기술이나 원천기술 없이 애플이 승승장구해온 비결을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디자인'이다. 속이 비치는 반투명 컴퓨터 아이맥, 복잡한 버튼 대신 손으로 돌리는 '스크롤 휠'을 단 아이팟. 잡스가 내놓은 제품들은 하나같이 파격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디자인과 성능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서슴지 않고 디자인을 선택할 인물이 잡스다. 그래서 그는 "상상력과 감각으로 세상을 개척한 천재"로 불린다.

▶미국 경제지 포천이 '최근 10년의 최고 CEO'로 잡스를 선정했다. "잡스가 지난 10년 IT산업을 사실상 지배해왔다"는 평가다. 더욱이 잡스는 원래 전공인 컴퓨터뿐 아니라 음악·영화·휴대전화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포천은 이를 "과거 어느 기업인도 해내지 못한 업적"이라고 했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다 12년 만에 복귀하고, 췌장암과 간이식 수술의 위기를 이겨내며 오뚝이 인생을 살고 있는 잡스가 또 어떻게 세상을 놀라게 할지 궁금하다.

 

2009.11.09 김기천논설 /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