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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에서의 설득의 기술

흔적. 2011. 5. 16. 10:17

 

고집불통 부장님도 구워 삶는 '설득의 기술'
의견 통째로 무시하지 말고 적절히 호응하며 경청한 뒤 생각 다른 부분 찾아 제안
욕구 읽으면 요구하기 쉬워, 인정·존중하는 태도 갖춰야

IT기업에 다니는 프로그래머 이모(34)씨는 최근 자신이 개발해 출시한 프로그램이 오류투성이로 밝혀져 곤경에 처했다. 개발 기간이 적어도 두 달은 걸리는데 판매 부서에서 무조건 한 달 안에 끝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시한을 통보해 왔다. 이씨는 "아무리 개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해도 막무가내였다"며 "개발 부서와 판매 부서가 설득을 통해 절충점을 찾았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설득은 직장 생활 성공 비법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각종 보고와 발표, 회의, 심지어 야근을 대신 해달라고 동료에게 부탁하는 일도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설득의 달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잘 들어야 잘 설득한다

전문가들은 내 주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상대의 말을 잘 들어야 설득력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진현 수석연구원은 "상대 주장을 통째로 부정하면 대화 자체가 안 된다"며 "나와 의견이 다른 부분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야 한다"고 했다. 맞장구를 일단 쳐주면 상대에게 내가 양보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설득력이 높아진다.

그는 상대의 말을 끊고 "네 말은 그러니까 이런 거지?" 하며 결론을 먼저 내버리는 것은 상대의 주장을 경청하지 않는 대표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보다는 "그다음엔 어떻게 됐는데?"라고 호응하며 상대의 이야기를 끌어낸 뒤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해 "그건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하는 쪽이 설득력이 높다.

잘 듣는 것은 상대의 요구(position) 밑에 깔린 욕구(interest)를 파악하는 데도 필요하다. 세계경영연구원 최철규 부원장은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으면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도 설득할 수 있다"며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고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연봉을 올려달라는 부하 직원의 '요구' 뒤에는 열심히 일한 것을 인정해 달라는 '욕구'가 숨어 있다. 이때 요구에만 주목하면 "회사 사정 모르느냐"는 반응을 보이기 쉽다. 그보다는 "자네 실적을 보면 30%는 올려야겠지만…"이라고 운을 떼는 게 먼저다. 인정받고 싶은 후배의 욕구를 충족시켜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그의 요구를 가라앉힐 수 있는 설득의 기술이다.

인정받고 싶은 상사 마음 챙겨줘야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위계질서를 극복하고 상사를 설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최 부원장은 "모범답안만으로는 상사를 설득하기 어렵다"며 "후배들에게 존중받고 싶은 상사들의 마음을 챙겨줘야 한다"고 했다. "그 말씀이 맞지만, 참고삼아 제가 약간 다른 말씀을 드려도 될까요?"라는 식으로 상사의 말을 일단 존중해주는 태도가 상사 설득의 기술이라는 얘기다.

상사가 결과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해주는 방법도 있다. 컬러복사기 도입을 건의할 때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고만 하는 것보다 "직원들이 복사를 할 때마다 문방구에 드나드는 수고를 덜고 회의 자료도 바로 준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상사를 설득하는 게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좀 더 충실한 자료를 준비해 보자. 진 연구원은 "후배가 상사를 설득하기 어려운 것은 대등한 인간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근거 자료를 제시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사람과 자료의 관계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후배 입장에서는 수월하다"는 것이다.

후배를 설득할 때는 질문으로

상사들은 "내 말은 설득력이 있어"라고 자만하고 착각하기 쉽다. 지시를 내리면 부하 직원은 대부분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인다고 해서 설득된 것은 아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김모(31)씨는 최근 상사에게서 "회사생활 좀 더 해야겠어"라는 핀잔을 들었다. 업무 지시가 내려올 때 좀 더 구체적인 지침을 요구했다가 번번이 "토 달지 말고 해"라는 대답을 들은 뒤였다. 김씨는 "시키는 일이니까 하긴 하지만 그 뒤로는 선배로서 존경하는 마음은 사라졌다"고 했다.

대화전문가인 공문선 커뮤니케이션클리닉 대표는 "상사들은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원가를 줄이라고 몰아붙이기보다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지?"라고 물어 '원가 절감'이라는 답을 끌어내라는 것이다. 그는 "결론을 정해놓고 지시하면 후배들은 불쾌감을 느낀다"며 "후배들에게 충분히 말할 기회를 주면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다"고 했다.

질문은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나?" "어떻게 생각하나?"처럼 여러 대답이 나올 수 있는 표현이 좋다. '내가 네 나이 때는…' '네가 뭘 안다고' '시키는 거나 잘해' 등은 설득의 하수(下手)나 쓰는 말이다.

 

2011.05.13 채민기 기자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