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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812] 少論의 등장

흔적. 2012. 1. 19. 22:22

역사는 순회한다. 잘못된 것을 보완하지 못하면 또다시 그릇친다.

그것은 국가던, 사회던, 개인이던 모두가 해당된다. 

어리석은자는 실수를 반복한다고 한다. 남탓으로만 돌리니...

이 어찌할꼬...Big Picture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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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등장은 조선 숙종대인 1680년대 무렵의 소론(少論) 등장을 연상시킨다. 왜 젊을 소(少)인가?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로 불만에 가득 찬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지형이 노(老)·소(少) 대결 구도로 변하고 있다.

역사를 보면 조선시대의 5·16에 해당하는 사건이 1623년에 발생한 인조반정(仁祖反正)이다. 인조반정 이래로 계속해서 정권을 잡아왔던 여당이 기호학파(畿湖學派)에 뿌리를 둔 서인(西人)이었는데, 명재(明齋) 윤증(尹拯·1629~1711)대에 이르러 집권세력이 노론(老論)과 소론(少論)으로 갈라진다.

 

5·16 이후로 50년 동안 한국의 대통령은 거의 영남에서 배출되었다. 박정희에서부터 시작하여 전두환·노태우·김영삼·노무현·이명박에 이르기까지 모두 영남이 아닌가! 유일하게 김대중만 영남이 아니었다. 5·16반정(反正) 이후로는 영남이 서인(西人), 충청·호남은 남인(南人)이 된 셈이었다.

 

역사의 무대에서 맡았던 역할은 서로 호환(互換)되는 것인가. 안철수도 부산이고, 멘토라고 알려진 법륜(法輪)도 경주 출신이다.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은 경남 창녕이고, 시장 경선에 나왔던 민주당의 박영선도 창녕이 고향이고, 문재인도 부산이고, 가만히 엎드려서 타이밍을 보고 있는 김두관은 남해이다. 바야흐로 영남이 분화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서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박근혜는 노론의 당수(黨首)에 비유할 수 있고, 안철수는 소론의 영수(領袖)로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집권당인 노론과 야당인 남인이 서로 대척점에 서 있었다면, 소론은 그 가운데 노선이었다. 때로는 남인과 연합하여 노론에 대항하기도 하였는데, '소남동색(少南同色)'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소론의 영수였던 명재 윤증은 국왕이 여러 번 벼슬을 준다고 불렀지만 끝내 벼슬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명재를 백의정승(白衣政丞)으로 부르며 추앙하였다.

 

논산의 명재고택에 가면 흰옷만 입고 앉아 있는 명재의 초상이 남아 있다. 명재의 관상은 쭉 뻗은 '용코(龍鼻)'가 일품이다. 용코는 결단력의 상징이다. 사진으로 보면 안철수는 두툼하게 도드라진 아랫입술이 특징이다. 이 아랫입술이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찰하는 것도 나 같은 한량(閑良)에게는 흥미로운 일이다.

 

2011.11.20 조용헌싸롱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