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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둑들" 최동훈 감독과 김윤석 인터뷰

흔적. 2012. 8. 2. 09:00

2012년 7월 28일. 장산역 근처 프리머스. 저녁시간. 21:30~23:40

...음 재밌다...

 

1. 73년 영화 암흑가의 세 사람이 아닌 두사람에도 기억에 남는것 아랑드롱, 장 가방..

단두대 앞에선 아랑드롱과 장 가방의 서로 눈이 마주치는 장면...아직도 잊지 못한다..

체념한듯한, 어쩔 수 없는 듯한 장 가방 눈빛, 억울함과 분노, 삶의 미련을 나타내는 아랑드롱의 파란눈동자.

배우는 표정과 짧은 목소리로 나타낸다. 남는것은 캐릭터와 배우 공감하며.

(까까머리 시절 혼자 영화광이였다)

 

2. 김윤식의 목소리에 대한 생각...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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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략

"결국 기억에 남는 건, 캐릭터와 배우라는 존재"

 

1. [범죄의 재구성]의 활보하는 사기꾼들. 2. [도둑들]의 활보하는 도둑들.

 

Q. [범죄의 재구성](2004)의 사기꾼들, [타짜]의 도박꾼들, [전우치]의 도인들, [도둑들]의 도둑들…. 항상 사회 규범 반대편에서 암악하는 질서 교란자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오셨는데요, 어떤 지향점이 있는 건지요. 반복되는 '복수'의 테마도 그렇고요. 

 

최동훈: 지향점이라… 음… 그런 게 있었으면 하셨군요.(웃음) 그건 사실 말로 설명하기가 힘든데요, 제 영화적 지향점은 음….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건 흥미진진함이에요. 그리고 두 번째는… 이렇게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주인공은 고독해요. 여러 캐릭터들 속에서요. 사실 [타짜]의 고니(조승우)도 그렇고 마카오 박도, 메인 플롯의 주인공은 고독하고 떠도는 사람들이에요. 저도 왜 그렇게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인물들의 서브 플롯들을 강화시키고, 속내를 잘 안 들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인공은 오히려 조금 누르죠. [타짜]의 고니도 처음엔 막 떠들어 대다가 뒤로 갈수록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아요. 마카오 박도 소문 속에만 존재하던 사람이었죠. 영화 초반 20분엔 등장도 안 하다가, 쓱 나와서 도둑들이 모두 모여 있을 때 얘기 던지고 사라지고요. 그런 것에 매료되는 게 있어요.

김윤석: 시나리오 받을 때마다 느끼는 건, 이야기가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요. 최 감독 영화는, 캐릭터가 굉장히 강하죠. 캐릭터와 이야기가 막 부딪혀서 상충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요. [도둑들]도 다이아몬드 훔치고 뭐 그런 얘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영화를 떠올리면 이야기보다는 캐릭터가 남아요. [타짜]도 마지막 대결의 이야기 같은 것보다는, 정 마담(김혜수), 고니, 평경장(백윤식), 아귀(김윤석) 이렇게 캐릭터가 남잖아요? 최동훈 감독의 시나리오엔, 모든 것이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에서 끝나는 느낌? 아무리 힘들어도 낭만이 있다, 그런 느낌도 있고요.

최동훈: 사실 스토리라는 것에 목을 매요. 저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스토리는 잘 기억이 안 나요. 그러니까 알랭 들롱의 영화는, 아무리 장 피에르 멜빌 감독이 [암흑가의 세 사람](1970)을 만들어도, 결국은 보석상 터는 얘기일 뿐이고 남는 건 알랭 들롱, 이브 몽탕… 그 배우들인 거죠. 저는 영화의 정체가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캐릭터가 스토리를 조정해가야 하는데, 짜여진 스토리 안으로 들어오면 캐릭터가 빛을 잃죠. 언제나 전 그 싸움이 재미있어요. 시작할 땐 스토리로 시작하지만, 끝날 땐 캐릭터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셈이죠.


 

1. [도둑들]의 마카오 박. 그는 최동훈 감독의 주인공들이 지닌 외로움과 떠도는 느낌을 역시 지니고 있다.
2. 팹시와 씹던 껌이 비 오는 날 술 마시는 장면. 이 영화가 지닌 톤과 함께, 두 캐릭터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Q. 각 캐릭터들이 서로에게 내뱉는 듯한, 그런 대사들도 감독님의 그런 생각의 일환이겠군요.

최동훈:
그렇죠. 이 사람은 어떤 투로 말을 할까? 동사부터 나오는 사람도 있고, 어순이 다른 사람도 있고, 짧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길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 거죠. 마카오 박은 중국말을 하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기괴한 점은, 말이 안 통하는데 또 다들 말이 통해요. 앤드류(오달수)가 중국 쪽에 있고, 잠파노(김수현)가 화교로 설정되어서 자연스러운 것도 있지만, 마카오 박이 이쪽에 중국말 했다가 저쪽엔 한국말 해주고, 그렇게 섞어서 이야기해요. 아주 자연스럽게.

김윤석: 그거… 진짜 어려웠어요. 어색하지 않게 하려면….

최동훈: 보는 사람들은 몰라요. '어? 김윤석이 연기 잘 하니까 중국말 원래 잘 했나 봐' 이렇게들 생각하시는데…. (김윤석을 보며) 사실은 선배, "셰셰"랑 "따거" 밖에 모르잖아요.(웃음)

 

Q. 워낙 자연스러우니까 관객들이 그냥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죠.

 

김윤석: 중국어에 감정을 실어야 하잖아요. 처음엔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농담처럼 이야기하는데, 마카오 박이 쓰는 중국어는 아침 아홉시부터 저녁 여섯시까지 쓰는 중국어고, 앤드류가 쓰는 중국어는 밤 열 시 이후부터 새벽 다섯 시까지 쓰는 중국어라고….(웃음). 앤드류는 무슨 속어 같은 중국어를 쓰잖아요. 사투리 같기도 하고, 못 알아 들어도 아무 상관 없어요. 그런데 나는 굉장히 논리적이고 멋있고 세련되게 해야 하니까, 이거 발음 때문에 미~치는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진짜 점점 감정이 붙기 시작하는데, 나중에 웨이홍을 만나는 장면이 되니까 정말 내가 중국어를 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최동훈: 그리고 대사도 사건을 이어가는 대사가 있고, 감정을 표현하는 대사가 있고 캐릭터를 설명하는 대사가 있잖아요. 그걸 섞게 되고요. 그런데 캐릭터를 드러내는 대사 같은 경우는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요. 팹시와 씹던 껌(김해숙)이 비 올 때 술 마시면서 하는 대사 같은 경우는, 계속 고쳐 썼던 거예요. 한 단어 한 단어 모두 다시 바꿔 보고…. 그런 게 영화 찍는 재미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마 할리우드 영화 같으면 그런 신 빼라고 했을 거예요.

 

#

김윤석의 목소리에 대한 철학(?) 좋다.

 

Q. 일반적으로 배우가 감정을 표현할 때 목소리의 고저로 표현하는데, 김윤석 씨는 톤의 변화는 거의 없이 그 속도나 장단으로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도둑들]은 그런 방식이 더 두드러지게 느껴졌고요.


김윤석:
연극을 하면서 자연스레 체득이 된 것 같은데요, 아무리 화를 내고 그래도 '말'이라는 건 다 부서져요. 우리끼리 하는 말 중에, "대사를 다리미로 다린다"는 표현이 있거든요. 저는 힘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영국에 셰익스피어 연극으로 유명한 존 길거드 경이라고 있잖아요. 연출가 피터 브룩이 로열셰익스피어극단에서 존 길거드와 [리어 왕]을 할 때였는데, 길거드가 연기하는 걸 보고 "저 배우는 목소리로만 연기한다!" 그러면서 감탄했다는 거죠. 몸으로 연기하는 것보다 목소리로 연기하는 게 훨씬 더 섬세하다는 걸 존 길거드는 영리하게 알아챘다는 건데…. 저도 정확한 전달의 힘, 문장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호흡이죠. 감정을 발산하더라도 호흡으로 깨끗하게 정리해줘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저도 그런 연기를 좋아하고요. 그리고 특히 최 감독의 영화엔 대사가 주는 리드미컬한 맛이 있어요. 그 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중간에 이상한 걸 넣으면 안 돼요. 그래서 제 개성을 안 넣어요. 문장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쫙~ 하는 거죠. 그리고 연기는 대사와 대사 사이에 나온다는 얘기도 있거든요. 그 사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최동훈: 홍콩의 해상 레스토랑에서 마카오 박이 팹시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 있어요. 뽀빠이(이정재)가 문을 살짝 열어주면 그 틈으로 팹시가 마카오 박을 쳐다 보면, 마카오 박이 천천히 팹시를 쳐다보거든요? 팹시가 "많이 변했네?" 그러면, 마카오 박이 뽀빠이에게 "잠깐 얘기 좀 할까?" 그런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 시선은 아직 뽀빠이에게 안 갔어요. 대사하는 도중에 가요. 그런 게 멋진 거예요. 그걸 볼 때 느끼는 쾌감의 정체는, 굳이 연기를 안 하는 거예요. 상대 배우랑 주고 받고 듣고 말하고, 이것만 하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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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가장 중요한 대사를 할 때는, 내가 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상대방의 말을 듣고 하는 반응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감정을 크게 넣어서 표정을 오버하며) "너, 왜 그랬어!" 이러는 게 아니라 (읊조리듯 기자를 바라보며) "왜 그랬어…" 이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모건 프리먼 같은 배우가 그러잖아요. "연기는 히어링, 즉 듣는 것"이라고. 100퍼센트 히어링이라는 거죠. 100퍼센트 집중을 해라, 네 말은 저절로 나온다는 거죠. 상대방의 반응을 바라는 리액션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고요. ]]

 

# 하략

 

2012.07. 30  글: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 구성: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