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책(冊)

보수동 책방골목

흔적. 2014. 11. 7. 19:41


보수동.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부산에서 유일한 책방골목.

아주아주 어릴적 보수동 책방골목을 형에게서 듣다. 무척이나 호기심을 가졌다. 없는 책이 없다고 해서.

또한 집에는 읽을 책이 별루없어 옆집 김약국집에서 빌려서 읽었다. 딸만 다섯있는 집이라...ㅎㅎ

한번에 서너권씩 갖고와선 겨울방학 방구들에 앉아서 혹은 엎드려서 아니면 메주 뜸들이는데 기대여.

어린이 전집 50권...톰 소여의 모험, 소공녀, 삼총사, 피노키키오 등등..참 신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학창시절엔 보수동에 자주 들락거렸다. 사전도 사고...새책값 받아 헌책사고 남은 돈 군것질로...ㅋㅋ

새삼스럽다. 그런 삶들이 어떡해 흘렀기에 지금은 팍팍해졌는지. 인생은 책많이 본다고 잘사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적 소양이 깊다고 해서 부유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건 경제적 성취를 하고난 뒤의 이야기다.


이사를 몇번하면서 책을 처분하다. 이번 또 이사를 하며 이상문학상 수상작 초판부터 모은 책을 아름다운 가게 기증하고 작년에는 학교에 기증하고. 친척과 지인들께 나눠주고 그 외에도...

지나보면 너무 아쉬운 책들을 사라지게 했다. 

책을 관리할, 보관할 능력도 없으면서 책을 사서 읽는다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소설이건 인문학이건 전문서적이건 시집이건...책 놓은지 일년이 되어간다.

더불어 사고도 피폐해지는 느낌이며, 무기력해지고 생각이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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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이 우선이니까. 암튼 모처럼 나들이 하다.



내 모습같아 찡하다. 책을 팔러(?) 오는 사람처럼...




그래도 반갑다.

책방에 들려 관심있는 책을 뒤적거리고...한시간쯤 머물다 나오다.


대학 주변에도 책방이 없는데 여기라도 남았으면 바램이다.

헌책에서 나오는 퀴퀴한 냄새. 눈에 띄는 세로줄 책. 그 냄새와 누런게 자리잡고 있는 책들이 새삼 정답게 느껴진다. 누군가에겐 무척이나 아까웠던 책이였을거고 누군에겐 보기싫은 책이였을 것이리라.


어려웠던 책은 밑줄치며 국어사전, 영어사전, 한자사전을 두고 봤던 책들.

난 읽는 재미, 지식의 획득하는 재미만 가졌나 보다.

그것을 보관할 수 있는 재능을 못가졌길래 기증하고 나눠주고 이렇게 내 곁에 없어짐을 후회한다.


2014. 11.06 보수동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