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ser Interface)는 무엇인가?

사용자는 게으르다. 사용법이 한번에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으면 짜증을 낸다.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된 사용설명서나 도움말은 도통 읽으려 들지 않는다. 기술이 고도화되고 기능이 복잡할수록 사용성(Userbility) 문제가 커진다.

컴퓨터가 바로 그렇다.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수백, 수천 가지 다양한 기능을 즐겁게 사용할도록 할 것인가. 그 해답은 바로 UI(User Interface)이다.

UI란 사용자가 빠르고 손쉽게 컴퓨터 사용법을 인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법이다. 초기 텍스트 위주의 UI에서 그래픽으로, 입력장치도 키보드에서 마우스•음성•펜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이다.

일일이 명령어를 외어 입력하는 캐릭터 UI 보다는 ‘아이콘’이라 불리는 그림 문자를 마우스로 클릭해 조작하는 GUI가 훨씬 배우기 쉽고 빨리 인식할 수 있다.

요즘처럼 크기가 작고 입출력 키보드가 제한된 모바일 기기나 디지털 가전이 출현하면서 UI는 더욱 중요해졌다.

UI 개념을 설명할 때 흔히 휴대전화를 예로 든다. 휴대전화야말로 ‘UI 디자인’의 집합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개 안되는 버튼으로 문자를 입력해 상대방에게 보내고 인터넷에 접속해 작은 액정화면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아봐야 하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UI를 고려한 디자인과 메뉴 구조, 화면 구성, 컬러 선택, 버튼 배치 등이 필수적이다.

벨웨이브가 GSM 단말기를 중국에 수출해 크게 히트를 칠 수 있었던 데는 사용자가 메뉴의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GUI가 원동력이 됐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문자입력방식인 ‘천지인’도 대표적인 UI 성공사례로 꼽힌다. 천•지•인(•,ㅡ,ㅣ)의 3개 키를 조합해 한글의 모음을 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 UI는 이제 단순한 컴퓨터 사용법이 아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경험의 총체’를 일컫는 의미로 확장되고 있다. 하드웨어 디자인에 대한 물리적 UI(Physical UI)나 사운드 UI 등도 UI의 중요 대상이 됐다.

단일 모델로 1조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삼성전자 SCH―X430폰(일명 ‘이건희 폰’•사진)의 경우 사용자가 손에 쥐었을 때 조약돌을 쥐는 듯한 느낌, 인간공학적 디자인, 사용 편의성을 고려한 버튼 배치 등 UI가 돗보였다는 평가이다.

휴대폰에서는 사용자가 어떤 소리를 싫어하고 좋아하는 지를 파악해 제품에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인층과 신세대에 동일한 UI를 적용할 수는 없다. 노인층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라면 버튼과 화면 글자가 상대적으로 커야 한다.

 

‘카이코코’나 ‘드라마폰’ 등은 여성을 겨냥한 디자인과 기능으로 차별화함으로써 성공했다. 연령별•성별로 제품에 적용할 UI 특성은 달라야 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인기를 끈 막대(Bar) 형태의 휴대전화가 한국에서 맥을 못추는 까닭은 무엇일까. UI는 ‘문화적 코드’를 담아내야 한다.
나라별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색상, 디자인, 사용방법 등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미국과 유럽은 실용적이고 단순한 GUI를 좋아한다.

폴더 일색인 우리나라에 비해 유럽에서 휴대폰이 대부분 막대 형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막대형 휴대전화는 화면이 작고 제조원가가 저렴하며, 전화를 걸고 받는 데 주안점을 두어 실용적이다.

반면 폴더형 휴대전화는 가격이 비싼 대신 넓은 화면을 가진 하이엔드 유저형으로 엔터테인먼트와 패션의 측면이 강하다.

휴대전화가 패션상품처럼 취급되고 게임과 무선인터넷을 즐기는 우리나라 고객에겐 폴더형이 단연 인기지만, 실용파 유럽인에겐 막대형이 먹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휴대전화 사양이 고급화되고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패션에 민감한 이탈리아•프랑스 등 남유럽을 중심으로 폴더형 제품의 보급이 늘고 있다.
콘텐츠를 봐도 유럽의 휴대전화 메뉴는 콜 포워딩, 음성저장 등 전화와 관련된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배경 화면 바꾸기, 벨소리 다운로드 등 엔터테인먼트적 메뉴가 훨씬 인기가 높다.

이처럼 오늘날의 UI는 단순히 사용상의 편리성 뿐만 아니라 나라별•연령별•성별 사용자의 문화적 코드 및 심리 등을 꿰뚫어 상품에 반영하는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취재팀〉권정숙 (jskwo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