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기업에 대한 短想

스티브 잡스, 그는 어떻게 세계를 사로잡는가

흔적. 2010. 2. 13. 13:02

보고 느끼며 산다. 비록 천재성과 끊임없는 열정과 도전에 미치지 못하지만..

일전 Presentation의 실수를 교훈삼아 다시한번 숙독했다.

-------

 

 
애플 CEO 스티브 잡스에게 세인트 크록스 검은색 터틀넥 셔츠, 리바이스 501 청바지, 뉴밸런스 992 신발은 얼핏 캐주얼처럼 보이지만, 영국 가디언지는 그의 복장이 철저히 계산된‘중간’을 표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AFP 뉴시스

물 빠진 청바지 하나도 치밀한 연출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엑스포 개막식은 스티브 잡스 애플 CEO에게 정면 도전한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조롱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IT(정보통신) 기기 전문가인 데이비드 포그(Pogue)는 이날 연설에 앞서 발머를 원숭이에 비유하는 우스꽝스런 댄스 동작을 선보였다. 애플 지지자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축제 분위기는 달아 올랐다. 이어 인기 SF 드라마 스타트렉의 배우인 르바르 버튼(Burton)이 연단에 올라 스티브 잡스의 스타일과 말투를 흉내내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번 맥월드는 마치 애플 지지자들이 전쟁을 앞두고 출정식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이패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먼저 시도했다가 실패한 태블릿PC 시장을 애플이 정면 공격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발끈하면서 양측의 전쟁이 불가피해졌다.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 애플을 이끌고 있는 스티브 잡스에겐 '창의성의 대명사'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그에게도 마치 달달 외운 것처럼 반복되는 공식이 있다.

맥북, 아이팟, 아이패드 등 세상을 뒤흔드는 신제품을 발표하는 현장에서 그의 프레젠테이션 쇼는 관객들을 휘어잡고 전 세계 미디어를 압도한다. 하지만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면밀히 관찰하는 전문가는 공식이 있다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 기술'의 저자 카마인 갤로는 지난 1월 27일 아이패드 발표 현장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숫자 3의 법칙
아이디어·메시지 전할때 예외없이 3가지만 들어


먼저 '숫자 3의 법칙'. 잡스는 제품, 아이디어, 메시지를 전할 때 거의 예외 없이 3가지를 든다. 가령 "애플에서 수익을 올리는 제품은?" 이라고 묻고선 "아이팟, 아이폰, 맥"이라고 대답하고, 모바일 장치의 경쟁자로 노키아, 삼성, 소니를 꼽는 식이다. 신경과학자들은 인간이 짧은 시간에 기억할 수 있는 한계가 3~4가지라고 한다. 잡스는 이를 철저히 이용해 3의 법칙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악당 대 영웅 구도
넷북은 느리고 화질 나쁘고… 아이패드를 신제품 부각


둘째, 악당 대 영웅의 구도다. 이번 아이패드 프레젠테이션에선 넷북을 악당으로 몰아세웠다. 넷북은 느리고, 디스플레이 화질이 떨어지며, 거추장스럽고 오래된 PC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다고 공격한다. 그러고는 "좀 더 나은 게 있다"며 영웅 '아이패드'를 등장시켰다.

셋째, 신문 제목처럼 압축적으로 뽑아내는 헤드라인이다. 아이패드의 선전 문구는 '가장 앞선 기술/ 마술 같은 혁명적인 장치/믿을 수 없는 가격'이라고 영어 92자로 뽑았다. 아이팟을 선전할 때는 '당신 주머니 속의 1000곡'이었다. 압축된 문구는 프레젠테이션, 보도자료, 웹사이트, 광고 등 모든 마케팅 채널에 일관되게 반복된다.

시각적인 단순화
사진·로고·숫자 등 한 슬라이드에 하나씩만

넷째, 시각적인 단순화다. 한 슬라이드에 요점을 나열하는 문단기호는 없다. 아이패드 사진 혹은 애플 로고, 하나의 숫자(가령 다운로드 횟수)만 보여준다. 애플의 제품에서 보이는 미니멀리즘은 슬라이드에도 예외가 없다. 마치 한 문단에 한 아이디어만 담는 작문의 원칙을 비주얼화를 통해 구현하는 것이다.

다섯째, 화려한 수사의 구사다. 유튜브에는 스티브 잡스의 형용사만 모아 편집한 동영상이 올라 있다. 잡스는 쉴새 없이 '위대한(great)''놀라운(amazing)''믿기지 않는(unbelievable)''엄청난(tremendous)''경이로운(phenomenal)''멋진(gorgeous)' 등의 단어를 써가며 자랑한다. 프레젠테이션 언어에 있어선 잡스는 '절제'와 거리가 멀고 오히려 '과장'에 가깝다.

무엇보다 그의 프레젠테이션에는 '애드 리브(즉흥 대사)'가 없다. 발표 수주 전부터 많은 시간을 투입해 슬라이드 하나하나를 검토해가며 말하는 내용과 방법을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스티브 잡스가 보여주는 경이는 번쩍이는 천재성의 산물이 아니라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얘기한 '1만 시간 훈련법칙의 결과'인 셈이다.

반복되는 잡스의 공식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의 복장이다. 세인트 크록스 검은색 터틀넥 셔츠, 리바이스 501 청바지, 뉴밸런스 992 신발은 얼핏 캐주얼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편안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아이패드 발표현장 때 그의 복장이 철저히 계산된 '중간'을 표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바지는 새것도 헌것도 아니면서 적당히 물이 빠진 색깔이며, 버튼식 청바지는 히프 위 허리 아래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잡스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가디언지는 해석했다. 그는 하지만 왜 이 복장을 고집하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밝히지 않고 있다. 잡스는 다방면의 천재라기보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이 과정에서 특유의 천재성을 발휘하는 CEO인 것이다.

 

박종세 2010.02.13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