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2
2년전 갔다 온 곳인데도 기억이 가물거려서 한참동안을 찾아 헤매다
등줄기와 콧등에 땀방울을 대롱이며 찾아간 [간송미술관]
연휴라 오가는 이들이 제법 많긴 하지만 그때처럼 줄을 서서 기다리지는 않아도 되었다
일 년에 딱 2번만 일반인에게 개방돠는 간송미술관은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해 있으며 1966년 (全鎣弼:1906~62)의 수집품을 바탕으로
한국민족미술연구소 부설 미술관으로 발족했다고 한다.
미술관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의 부설기관으로 미술품의 보전·전시업무를 맡고 있으며
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미술사 연구에 주력하는 곳으로 알고있다.
1층과 2층에 전시실이 있으며 소장품은 전적·고려청자·조선백자·불상·불구(佛具)·부도·
석탑·그림·글씨·와당 등 다양하다고 한다.
목련을 닮은 꽃 산목련이던가
조선망국 100주년 추념 회화전
전시 제목이 왠지 좀 그랬지만...
오른편에 네 발 달린 짐승은 이름이 뭘까? 해태?
미술관 입구에 있는 간송 전형택 선생상
물흐르듯 세월은 가고
늦봄의 미술관 뜨락으로 뚝뚝지는 꽃잎
그 위로 바람이 불고 시간은 또 흐르고
***
근대 한국화의 역사를 돌이켜보는 전시회
조선의 마지막 화원이었다는 안중식의 작품이 가장 많이 전시되었고
서병건,고희동,추사의 화풍을 계승 발전시켰다는 지운영
민영익, 김규진 작품 등 100여점이 전시됨.
황철의 [해산추범(海山秋帆 - 해산의 가을 돛배)
이토오 히로부미의 수행원을 지냈으며 이른바 매국에 앞장섰다는
그의 작품은 조선 화가들의 화풍과는 달리 이색적이었다.
[안중식 / 성재수간(聲在樹間) / 52.8*140.5cm]
구양수가 밤에 책을 읽다가
가을 소리에 놀란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작품
조석진의 [달빛 아래 잠든 개(月下睡狗)]
달빛 아래 풀밭에서 자고 있는 개는
망해가는 나라의 백성을 의미하는 것인지?
주인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개(?)와 같은 망국의 백성.
알 수 없는 아픔과 부글부글거리는...무엇.
[이경승 / 부귀호접 / 48.5*15.2cm]
세상과의 단절일지라 말할지 모르지만
망국을 앞에 두고도 화가들이 해야할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 최선일수도 있는 바
이경승이나 서병건 등은 나비그림을 그리며 지냈다 한다
온갖 색색 영롱한 나비 그림과 아름다운 채색은
전시된 그림 중에 돋보였다.
아름다운 것은 이유없이 용서가 되는 걸까?
[민영익 / 묵란(墨蘭) 31.8*105.8cm]
민영익의 묵란도 몇점 보였다.
그는 민씨일가의 외척으로 조선말기의 정치에도 깊숙히 관여했지만
행서도 잘쓰고 묵란에도 능했다고 한다.
안중식의 ‘한산충무’ 민영익의 ‘묵란’ |
간송 전형필의 스승이자 최초의 한국인 서양화가였던
고희동의 작품도 전시되었다.
간송미술관이 봄 정기기획전의 주제로 삼은 질문이
그 시절의 화가들의 생각을 읽자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그림에서 그 시대의 상황과 역사의 흐름을 읽는다는 측면으로 보면
전시된 그림들은 각자 화가들의 생각처럼 그 색깔이 많이 달랐다.
그림을 좋아할 뿐 그것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나' 이지만,
[조선 망국 100주년 추념 회화전]이라는 주제가 주는 선입견때문인지
알수없는 비감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더우기 부채로 쓰이기 위해서 그렸음직한 그림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더운 가슴을 식힐 부채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우문을 내게 던지며 미술관을 나왔다.
올 가을 전시회에도 갈 수 있게 되길 바라며.
5.30일까지 전시되는 바 관심있는 친구들은 다녀오시길.
[사진촬영이 안되므로
작품들은 2010.년 봄 전시관련 인터넷 참고]
내가 좋아하는 간송미술관.
까페 친구가 다녀와서 그 느낌의 글이 좋아 쥔의 허락하에 전시를...
현대식 미술관도 좋지만 뒷마당도 둘러볼 수 있는 간송미술관을 적극 권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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