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실패하는 7가지 유형… 당신은?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야.'
재테크에 실패한 사람들은 이런 불평을 입에 달고 산다. 왜 실패의 덫에 걸리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해 보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망하는 법을 알아야 흥하는 법도 아는 법이다. 재테크 승자(勝者)가 되려면 과거에 내가 저지른 실패 원인을 살펴보고, 뼈아픈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대비책을 찾아내야 한다. 대박을 터뜨려 승승장구하는 '성공기업'보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실패기업'에 대해 더 세밀하게 연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재테크의 높은 문턱 앞에서 좌절해 있는 당신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머니섹션 'M'이 그 해답을 찾아 나섰다. 다음은 한국FP협회 소속 전문가 33명이 뽑은 재테크할 때 피해야 할 '칠거지악(七去之惡)'이다. 본인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살펴보고, 만약 한두 유형에 걸린다면 재테크 지도를 새로 그릴 필요가 있다.
一惡. 다다익선형
펀드가 좋다고 하면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투자하고, 믿을 구석은 이것뿐이라며 닥치는 대로 보험에 가입하는 유형이다. 김대영 농협중앙회 차장은 "금융상품을 여러 개 가입해야만 재테크를 잘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하지만 정작 본인에게 정말 필요한 건 갖고 있지 않거나 혹은 똑같은 상품을 여러 개 갖고 있는 등 비합리적인 쇼핑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저소득층은 월 소득 규모와는 상관없이 저가의 금융상품을 과식(過食)하는 경우가 많다고 김 차장은 조언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편식을 권하는 건 아니다. 강준현 CFP(국제공인 재무설계사)는 "버는 족족 은행 적금이면 적금, 보험이면 보험에만 돈을 넣는 사람이 있는데,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금융상품에 가입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해야 몸(자산)도 튼튼해진다"고 말했다.
二惡. 책상머리형
부자가 되겠다면서 재테크 서적을 밑줄 쳐가며 매일 읽지만 정작 책에서 터득한 내용을 실천으로는 옮기지 않는 게으른 유형이다. 재테크 책을 여러 권 읽고 최신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재테크 성적표가 '올100'으로 나오는 건 아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실천하지 않는다면 좋은 성과를 내긴 어렵다. 류승우 메트라이프 설계사는 "적립식 펀드는 주가가 떨어지면 더 많은 주식을 사모을 수 있으니 좋은 기회라는 걸 알면서도 납입을 중단하거나 환매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머릿속으로는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몸은 원칙대로 움직이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발품을 팔지 않고 인터넷에만 의존해 정보를 수집하고 행동으로 옮기려는 자세도 경계해야 한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정보가 정답일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三惡. 작심삼일형
매달 허리띠를 졸라매서 50만원씩 저축하겠다고 결심해 놓고선 한두달 뒤에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겼다고 바로 포기하는 당신, 나이가 어릴 때 가입해야 보험료가 싸다는 말에 이것저것 보험에 가입했다가 서너달 뒤에 보험료가 부담스러워서 해지하는 당신은 '작심삼일형'이다. 독한 마음을 먹고 목표는 세웠지만 실천은 고작 3~4개월에 지나지 않는다면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느니만 못하다. 적금에 가입했다가 중도해지하면 해지 이자는 쥐꼬리만큼 나오고, 보험 역시 만기 전에 해약하면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한다. 신재철 교보생명 설계사는 "너무 욕심만 앞세워서 큰 금액을 재테크에 투입하면 끝까지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며 "첫 단추는 작은 금액부터 시작하되,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늘려나가는 전략이 낫다"고 조언했다.
四惡. 마이동풍형
날이 갈수록 금융환경은 복잡해지고 관련 상품과 제도도 수시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투자 신념에 너무 집착하는 바람에 새로운 트렌드를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김성민 AIA생명 설계사는 "예전에 아파트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면서 "다른 가능성에 대해 설명해 줘도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안다면서 귀를 닫는다면 실패를 계획하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지나친 자기 과신에 빠져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손해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미진 미래에셋생명 설계사도 "귀가 얇고 주관이 없어서 남의 말에 금세 현혹되는 팔랑귀 유형도 문제지만, 세상의 변화에 무관심하고 자기 고집을 꺾지 않고 남들의 생각에 관심조차 갖지 않는 사람은 더 망하기 쉽다"고 말했다.
五惡. 벼락치기형
'나는 왜 만날 뒷북일까?' 이렇게 한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파트를 사면 집값은 그때부터 쭉쭉 빠지고, 주식에 손을 대면 하염없이 주가가 떨어지는 식이다. 뒷북 투자가 되어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조바심 때문이다. 종전까지 투자해 오던 대상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식의 투자법은 곤란하다. 본인이 가장 잘 아는 투자법에 지속적인 관심을 둬야지, 자칫 무리수를 두면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벼락치기 식으로 접근하면, 꼭 확인해야 할 포인트를 빼먹거나 깜빡 잊어버려 손해보기 쉽다. 남들보다 한발 늦으면 투자시기를 놓치거나 판단을 잘못해서 실패하는 투자가 되기 쉽다. 신문을 부지런히 읽고, 다양한 재테크 커뮤니티에도 가입해 전체 흐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六惡. 꼭두각시형
금융회사는 전지전능하다고 믿는 소비자도 '블랙리스트'에 올라간다. 남이 시킨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따라하는 건, 적군의 실체도 제대로 모른 채 전쟁터에 뛰어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얼치기 정보를 구별해 내려면 스스로가 공부해서 경제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나약한 마음을 가지는 순간, 재테크 성공은 우리에게서 더 멀어진다. 내 몸에 맞지 않는 큰 옷, 혹은 분수에 넘치는 비싼 옷을 억지로 입으면 어딘가 어색한 법. 몸에 맞지 않는데도 남들이 좋다는 말만 듣고 투자한다면 돈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박정위 삼성화재 설계사는 "금융회사가 나를 위해서 가입하라고 권하겠거니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수수료 수입을 챙기거나 캠페인에 걸려서 추천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나중에 낭패 보지 않으려면 투자자 자신도 정보의 옥석(玉石)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七惡. 인스턴트형
우리 주변엔 인스턴트 음식처럼 별로 노력은 안 하면서도 고수익을 올리길 희망하는 '인스턴트 재테크'를 원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서 큰돈을 벌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100% 성공한다는 확신만 있다면 뭉칫돈을 한 방에 지르는 것이 최선이겠다. 하지만 재테크엔 늘 불확실성이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자칫 만만하게 생각하고 덤비다간 쪽박차기 십상이다. 재테크를 실패하지 않으려면 과도한 욕심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 조급한 마음이 앞선다면 사이비들의 속임수에 휘말리기도 쉽다. 예컨대 비싼 이자로 갚겠다는 말에 혹해서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서순경 삼성생명 설계사는 "한번 주식에 손을 대면 한방을 믿기에 위험성에 대해 설명해도 잘 듣지 않는다"며 "기대 수익이 클수록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해서도 꼭 생각해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2010.06.04 이경은기자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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