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잡(雜)-劇,動,畵...

배우-로보트 레드포드

흔적. 2011. 6. 23. 10:28

가장 좋아하는 배우중 한사람, 묵직한 주제, 그러면서도 휴먼이즘을 바탕으로 파헤쳐 가는...

행간을 정확이 표현하는...언제 보아도 기분좋게하는 멋진 배우. 주.조연 불문하고 놓치고 싶지않는 영화. 

참! 그리고 멋있게 나이가 듦에 본받고 싶은...숀코넬리, 알파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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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람과 부딪히며 삶 깨쳐야 진짜 배우"

8번째 연출작 '음모자' 내놓은 로버트 레드포드 인터뷰
정치·권력이 개인에 주는 영향, 작품으로 얘기하고 싶어 연출 나서 선댄스 등으로

최근 소홀했지만 사람들이 나를 땅에 묻을 때까지 연기·연출은 끊임없이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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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보이'. 어떤 역할을 맡아도 바람에 가볍게 흩날리는 로버트 레드포드(75)의 금발은 언제나 눈이 부셨다. 나이가 들면서 금발은 빛이 바랬지만, 그 빛의 무게는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영화배우로서 최고의 위치를 누렸을 뿐만 아니라 평생 영화에 대한 순수하고도 진지한 열정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영화 연출을 통해 미국 정치와 사회에 대해 언제나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왔고, 영화를 만들고픈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선댄스 영화제까지 만들었다.

레드포드가 최근 연출한 영화 '음모자'가 30일 국내 개봉한다. 링컨 암살 사건에 공모했다는 혐의로 부당한 재판을 받게 된 한 여성의 얘기다. 18일 전화로 레드포드를 인터뷰했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지난 1월 20일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린‘2011 선댄스 영화제’기자회견에서 선댄스 협회 창립자이자 회장 자격으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레드포드는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사람들이 잘 아는 것들의 이면에 감춰진 것을 영화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이번 영화를 만든 계기는.

"링컨과 링컨 암살에 관한 건 모두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공모 혐의자들 중에 마리 서라(로빈 라이트)라는 여자가 있었다는 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불합리한 재판 과정 속에서도 소중한 것을 지켜야 하는 여자와 애당초 마리의 편이 아니었던 변호사 에이큰(제임스 맥어보이) 사이의 긴장감과 감정변화가 영화의 포인트다."

―연출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배우의 연기다. 배우들이 최고의 연기를 할 수 있도록 그들이 뭘 생각하는지 알고 있어야 하고, 특히 여자 배우들과의 소통에 신경을 쓴다. 또 화가가 되고 싶었고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색감에 신경을 쓴다. 영화 배경이 된 1865년 워싱턴 DC에는 전기 대신 촛불과 램프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고유의 색감을 가져오려고 했다."

―배우로서 최고의 커리어를 갖고 있는데 왜 감독까지 하나.

"배우는 우연히 하게 된 거다. 화가가 되고 싶어 뉴욕에 갔는데 나도 모르는 새 드라마 스쿨에 다니고 있었고, 연극무대에 서 있었다. 그런데 영화에 출연하면서 내 나라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생겼다. 그래서 하고 싶은 방식대로 시나리오 작업도 하고 영화와 스토리를 다듬다가 스토리텔링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아예 연출을 하게 됐다."

―나라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라는 게 뭔가.

"개인을 조정할 수 있는 권력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정치체계의 권력은 뭐고, 기업의 권력은 뭘까. 그걸 비판적인 눈으로 보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찾아내려고 했다. 그러면 돈과 정치가 개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가 보이고, 그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진다. 미국 역사와 내가 나고 자라고 살고 있는 서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자연의 힘과 자연에 대한 위협에 대해서도 얘기하길 좋아한다."

―예술이나 엔터테인먼트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다. 영화로 세상이 바뀐 적은 없다.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 수는 있다. 미국의 정치 시스템은 붕괴되기 일보 직전이다. 사람들은 대통령을 무너뜨리려고 하고 그는 그걸 막을 힘이 없다. 거기에다가 경제 문제까지 겹쳐서 슬픈 상황이다. 나는 개인이니까 내 나라를 움직이는 힘이 뭔지, 그 힘이 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지 뒤처지게 하는지 알고 싶다. 지금은 매우 편협한 이념적 관점들 때문에 뒤처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국 나와 미국인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주류 영화계의 최고 스타인데 독립영화를 후원하는 선댄스 영화제를 만들었다.

"1970년대에 미국에 관한 비주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영화제작사에서 적은 예산으로 만들면 상관없다고 했다. 관료주의도 없이 적은 스태프와 빨리 움직여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런데 1980년대에 들어서 영화계 역량이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한곳에 집중되고, 비주류 영화를 만들 여건이 안 됐다.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땅에다가 '선댄스 랩(lab)'을 만들어 독립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감독들에게 내줬다. 사람이 몰리고 좋은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상영할 데가 없기에 아예 이런 영화를 모아서 보여줄 수 있는 선댄스 페스티벌을 만들었다."

―선댄스 영화제를 만들면서 '뿌리로 돌아가자'는 얘길 했던데.

"우린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시작했다. 영화를 만들고, 좋은 영화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열정으로 모든 걸 일궈낸 거다."

―후배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영화는 거칠고 경쟁이 치열한 바닥인 데다 빨리 바뀌기도 한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야 하고, 자아를 잃으면 안 된다. 그리고 집에서 컴퓨터 같은 거 하지 말고 세상에 관심을 가져라. 난 컴퓨터나 신기술 같은 게 다 걱정스럽다. 인간적인 유대나 사람의 손길이 사라질까 봐…. 배우들은 주위의 세상과 사람들을 둘러보고 삶이 어떤 건지를 알아야 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톱스타인데 아웃사이더의 느낌이 강하다.

"내가 누린 명성과 그 모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산꼭대기에서 휴식이나 취하며 살 수도 있지만 현실에 동떨어져서 사는 게 싫다."

―출연 또는 연출 작품 중 가장 애정이 가는 것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없다. 모두 좋아하는 각각의 이유가 있으니까. 그래도 '내일을 향해 쏴라'가 앞에 놓이긴 한다. 폴 뉴먼과 같은 좋은 친구를 사귄 데다 내가 좋아하는 미국 서부와 말도 나왔으니까."

―영화 일은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사람들이 나를 땅에다 묻을 때까지 할 거다(웃음). 선댄스 영화제를 만들고 환경 운동을 하느라 영화작업을 많이 못했으니 앞으로는 연기와 연출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할 거다. 계속 일을 해야 예술가인 거다."

―한국에 팬이 많다. 방문할 생각은.

"아름다운 나라라는 얘긴 많이 들었는데 찾을 기회는 없었다. 조만간 꼭 갈 테니 그때 만나자."

 

2011.06.21 변희원 인터뷰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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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드포드는

1936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출생. 야구 장학생으로 콜로라도 대학교에 들어갔지만 성적 부진으로 중퇴하고 뉴욕 등에서 미술을 공부하다 1960년 '워헌트'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1969년 '내일을 향해 쏴라' 등으로 영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1980년엔 감독 데뷔작 '보통사람들'로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다. '위대한 갯츠비' '스팅' 등 39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8편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