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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히스토리아 [168] 책의 세계

흔적. 2012. 7. 4. 20:43

서점이 사라지고...OECD회원국중에 가장 뒤쳐져있을것 같다.

국가의 품격은 문화에 있지. 그 중에도 미디어가 아닌 책...활자 냄새나는.

때떄로 출판사 편집자가 되고 싶을때가 많다. 많이 읽고 싶음이 아닌 책 자체를 좋아하기에.

경영이익과 상충하겠지만...그래서 오래된 출판사를 보면 박수를 보낸다. 민음사나 돌베게 등등

 

PC가 나오고 워드프로세서가 되었을때 서류없는 회사, 정부를 표방, 추진했는데 A4는 더욱 사용되고,

처음 전자출판의 시대가 시작되었을때 신문사 죽는다고 호들갑을..신문부수는 더욱 많아지고

전자책이 출판되었을때 인세나 저작권등으로 경영악화된다고 하지만 좋은 출판사는 더욱 번창하고(김영사)

 

우리는 글로 통해 배워야 한다. 상상할수 있는 특권을 누려야 한다. 생각하는 근본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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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히스토리아 [168] 책의 세계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세계 각지의 도서관과 서점을 둘러볼 기회가 많았다. 장중하면서도 진지한 분위기로는 파리의 리슐리외 거리에 있던 프랑스 국립도서관 구관(舊館) 건물이 으뜸인 것 같다. 천장이 높은 거대한 돔형 건물 내부가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가운데 전 세계의 학인(學人)들이 모여 밤늦도록 심원한 학문의 세계에 천착한다. 이곳에서 공부하던 어느 날 거의 백세가 다 된 노부부가 깔끔한 정장을 갖추고 들어와 책을 보는 모습을 보았을 때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 적이 있다.

와이드너도서관은 하버드대학교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학교 졸업생으로 장서 수집가였던 해리 엘킨스 와이드너가 타이타닉호에서 사망하자 그의 어머니가 350만달러를 기부하여 아들의 이름으로 지은 도서관이다. 하버드대학교 도서관 시스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년 동안 이 대학에 머물며 연구할 때 중세 문헌부터 현대 문헌까지 내가 찾는 책 중에 없는 게 단 한 권도 없다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딱 한 번, 1950년대에 벨기에서 출판된 책을 청구했지만 책이 유실되어 서고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이틀 후 이웃 대학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았으니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다.

품위 있는 서점 역시 지성의 세계에 필수적인 장소다. 유명한 신화학자 조세프 캠벨이 자신의 삶을 회고할 때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젊었을 때 무일푼이었던 그는 뉴욕 뒷골목의 수도도 없는 집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그는 이때 비록 가난했지만 하고 싶은 공부를 원 없이 했노라고 자부한다. 어느 날 프로베니우스의 책을 읽고 싶었지만 고가의 책을 살 형편이 못 되었던 그는 뉴욕의 한 서점에 돈이 한 푼도 없으니 책을 외상으로 팔 수 없냐는 편지를 보냈다. 며칠 후 나중에 돈을 벌면 갚으라는 답신과 함께 원하는 책들이 도착했다. 그는 후일 시간강사를 하며 그 돈을 다 갚았다고 한다. 멋있는 이야기다.

예전에 시내에 나가면 종로서적이 있었고 반포에 가면 영풍문고가 있었다. 이제 이런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사정이야 어찌하랴만 진정 아쉬운 일이다. 서점은 사라지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카페와 음식점과 술집이 들어선다. 서울 시민은 이제 배부르고 정신은 혼미하되 지성미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인간이 되는 게 아닐까.

 

2012. 6.20 주경철 서을대교수 서양근대사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