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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리뷰] 위플래쉬

흔적. 2015. 2. 18. 13:45

 

무료하게 보내던 날들중 아무도 없던 밤. 영화를 보다.

 

영화 리뷰] 두 천재의 狂氣, '쿵쿵' 심장을 울린다

위플래쉬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꿈을 향해 나아갈 때 '속해 있다'는 감정이 없으면 불안할 것이다. 우리는 사실 고독하니까. 세상에 내 자리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야말로 가장 믿음직한 버팀목이다.

3월 12일 개봉하는 '위플래쉬(Whip- lash)'는 그런 소속감을 송두리째 흔든다. 드럼(drum)으로 열려 드럼으로 닫히는 이 영화는 열정과 절망의 맥박을 음악으로 들려준다. 관객의 몸까지 쿵쿵 울리는 것 같은 최대치의 몰입감을 맛볼 수 있다. 제목은 채찍질이라는 뜻. 따끔하지만 기꺼운 극한 체험이다.


	플래처(오른쪽·J K 시몬스)가 앤드루(마일즈 텔러)를 잡아먹을 듯 몰아붙이고 있다. 앤드루는 나중에 그를 뛰어넘는다.
플래처(오른쪽·J K 시몬스)가 앤드루(마일즈 텔러)를 잡아먹을 듯 몰아붙이고 있다. 앤드루는 나중에 그를 뛰어넘는다. /쇼박스 제공

위대한 드러머를 꿈꾸는 셰이퍼 음악학교 신입생 앤드루(마일즈 텔러)는 최고의 실력자 플래처(J K 시몬스)에게 발탁돼 그의 밴드에 들어간다. 하지만 플래처는 폭언과 학대를 일삼는 폭군이다. 무한 경쟁이라는 정글 속에서 성취와 좌절, 오르막과 내리막을 경험하면서 앤드루는 점점 괴물처럼 변해간다. 두 음악 천재의 대결은 집착과 광기에 휩싸이며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튀어나간다.

이 영화는 세력을 키우면서 북상하는 태풍을 닮아 있다. 악기의 숨을 고르는 장면으로 출발하지만 플래처가 등장하면서 공기가 달라지고 드라마의 날씨는 험악해진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의 정적, 고요히 드럼을 응시하는 눈길, 그것이 주는 긴장이 팽팽하다. 태풍의 눈과 같다. 플래처는 종종 "똥덩어리"라고 욕설을 퍼붓고 "박자가 틀렸다"며 의자와 악기를 집어던진다. 완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만하면 잘했어(good job)'라는 말은 쓰레기야!"

앤드루를 극한으로 몰아붙이면서 플래처가 하는 말이다. 예술가의 세계에서 '적당히'란 낱말은 없다. 앤드루는 엄지와 검지 사이 찢어진 살갗을 밴드로 겹겹이 붙이면서도 드럼 스틱을 놓지 않는다. 이런 열정과 더불어 연주의 테크닉과 힘, 리듬감과 스피드만으로도 아름다운 영화다. 제적당한 앤드루는 나중에 플래처와 다시 무대에 오르지만 채찍질에 면역(免疫)이라도 생긴 듯 압도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마지막 10분은 영화 역사에 남을 만한 엔딩이다. 단체 스포츠에서는 '누군가 미쳐야 이긴다'고 하는데 이 영화 속 마지막 시퀀스는 제정신이 아니다. '그분'이 오신 듯 그저 넋을 잃고 보게 된다. 확실히 때로는 음악이 연기보다 더 깊이, 감정의 심층부까지 휘저어 놓는다.

이렇게 난감해지는 경험은 오랜만이다. 영화가 엉망이라서가 아니라 감정을 담아낼 글이 박해서다. 악보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위플래쉬'의 엔딩은 직접 보지 않고는 어떤 언어로도 붙잡아둘 수 없을 것 같다. 음악을 비롯한 예술 분야 지망생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명작이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했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남우조연상(J K 시몬스)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 15세 관람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2015.02.16 조선일보 박돈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