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길(路)

땡볕 움직이다. 가산 이효석을 만나러..

흔적. 2016. 7. 24. 11:56


여주에 생활하며 오랫동안 별렀던 방문이였다. '이효석 문학관과 메밀밭'

영동고속도로의 차량 밀리는 관계로 휴일에는 차일피일 변명같이 미루다 금번 움직이다.

갈 기회가 없을것 같고 또한 문학을 모르는 사람과의 동행보다 이런 곳은 혼자 가는 것이 낫다.  

느끼며 씌엄씌엄, 그리고는 시간에 구애없이 홀가분하게 식사도 하고..

주변에 그런 인물이 별루 없는 것은 내 심성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탓하랴. 아주 아쉽지만.


네비를 좀처럼 사용안하는 성격이라 인터넷으로 확인후 메모지를 넣고 출발하다.

원래는 시골버스를 탈려고 검색했지만 찾질 못하다. 여긴 경기도 봉평엔 강원도라...

연료가 아슬하지만 '이정도 거리는?' 하는 고집으로 9시 40분경 출발.

장평(평창)IC에 들어서 봉평가는 길,아스팔트로 되여 있지만 개울을 통해 들어가는 길은

골짜기의 냄새가 차창을 통해 물씬 들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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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관, 설레임이였다. 몇년전 박수근 미술관을 찾던 그 기분이.

벽돌색 건물이 산등성이에 잘 만들어졌다. 낮고 가지런하게...



가산의 글쓰는 서재를 그대로 재현했다.

크리스마스날 찍은 사진과 그 사진속의 배경을 그대로...책상, 풍금(?), 책장, 그리고 서양 여배우사진.


문학관 뜰내 만들어진 부조상. 봉평, 무이 예술관의 조각 작가인 오상욱선생의 작품이다.

함께 있으면 글이 씌여질까? 내 품은 글이 나올까? 아닐게다.

가산도 청년기 시절 많은 작품을 읽으며 홀로 습득했다고 한다. 비록 35세의 짧은 나이로 세상과의 이별은 했지만 그의 작품들을 보면 그 시대를 알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 그러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가의 복원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원래 터는 지금의 자리에서 700M 떨어져 있는 자리.

사유지라 옮겨와 복원했다고 하는데 향기가 없다. 다만 구조만 보고 짐작만 할 뿐.

서너살에 경성에 이사를 해서 살다. 고교시절 봉평으로 왔으므로 아주 여린 추억을 없다고 한다.



메밀꽃. 아마 9월 초부터 열흘간에는 봉평일대가 흰색잔치가 될것이다. 달빛의 메밀꽃밭.

그건 과학이란 이름걸고 LED불빛으로 현란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흰색 달빛아래 소금빛이리라.

넋나간 듯이 밤 꼬박가도록 보고 싶은 광경이 될 것이다.


무이예술관 문지기 어르신이 말하신다.

"무우밭에 지금 무우를 수확한 후 메밀씨를 던져 놓으면 9월초 되면 핀다.

메밀은 아무렇게 던져 놓아도 피는 꽃이니까? 군에서 평당 얼마를 지원해준다. 축제를 위해.

그렇지 않으면 돈 안되는것 메밀 수확 할 사람이 없다."

그러하다. 일정한 간격의 고랑에 심으면 버릴것이 작아 수확량이 좋다고 하는데 여긴 지천이다.

문학관 옆 무이예술관 부근에는 무우 수확으로 한참이다.

 


여러 꽃이 모여 한꽃으로 보이게 한다. 그러면 벌들이 날아 들일 수 있는 수고가 들기에 암수 꽃이 피기 쉽다고 한다. 무질서 속의 꽃들의 모임은 참 화려하고 아름답다. 한송이는 아주 빈약하지만.

유채꽃처럼.


오는 길, 연료표시등이 켜지다. 아슬아슬...동네 오자 바로 주유소로...이런버릇 고쳐야 할텐데.

궁지렁 거리면서 즐기다니.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얼마나 마음 쫄일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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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유채꽃밭에서 밤을 즐기듯, 하연 메밀꽃밭에서 밤을 즐길 그날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허생원도 동이도 물레방앗간도, 성서방네 딸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려본다. 나귀를 타고 흥얼거리며 가는 장은 얼마나 멀었을까? 달빛이 부서지는데.


학창시절 단 두편의 소설이 지금도 그 떨림과 흥분은 아직도 묻혀있다.

황순원님의 '소나기' 와 이효석님의 '메밀꽃 필 무렵'

그때,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상상의 나래를 폈다. 하얀 꽃밭 달빛아래 걸어가는 모습.



2016.07.23 봉평, 가산 이효석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