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변하는 세상

상식깨는 과감함이..

흔적. 2009. 5. 7. 08:57

"싸움의 룰 바꾸면 다윗이 골리앗 이길 확률 63%"

 '티핑 포인트' 쓴 글래드웰 약자들의 승리전략 소개"상식 깨는 과감함 필요"

인도 출신의 미국 소프트웨어 사업가인 비베크 라나디베(Ranadive)는 1970년대 미국 유학 시절 처음으로 농구 경기를 보며 가졌던 당혹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왜 한 팀이 골을 넣으면 바로 자기편 코트로 뛰어가, 상대팀이 자기 코트로 넘어오기를 마냥 기다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길이가 28m나 되는 코트에서 정작 수비는 자기 코트 8m 내에서만 하고, 나머지 20m는 상대팀이 공격하면서 자유롭게 누비게 놔두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보기에 이런 관습적인 공수(攻守) 패턴에선 실력이나 신체조건 면에서 뛰어난 강팀이 항상 이길 수밖에 없는데도, 약팀은 이런 경기 운영 패턴을 따르고 있었다. 라나디베는 12세 딸이 속한 초등학교 농구팀 코치를 맡으면서, 이런 관습을 깨기로 마음먹었다.

딸이 속한 레드우드시티팀은 최약체였다. 선수들이 대부분 농구를 처음 해보는 백인 소녀들이라 드리블, 패스, 슛 모두 엉망이었다. 이런 팀이 흑인 선수들로 구성된 강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펴려면 기존과 다른 전술이 필요했다.

라나디베의 전략은 풀 코트 압박 수비. 그는 선수들에게 골을 넣고 나서도 물러서지 말고 상대방 코트에서 공격자를 1대1 집중적으로 마크하라고 지시했다. 공격자가 5초 안에 무조건 패스를 해야 하는 '5초 룰', 10초 안에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야 하는 '10초 룰'을 적극 활용해, 상대팀을 초조하게 만들어 실책을 유발하는 전술이었다. 경기 내내 풀 코트 압박 수비를 한 레드우드시티는 결국 미 전국 본선에서 2승을 거두는 성과를 냈다.

'티핑 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 등의 저서로 명망 높은 미국의 경영사상가 말콤 글래드웰(Gladwell)은 레드우드시티 농구팀의 사례를 들며,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 기자인 글래드웰은 최신호(11일자)에서 "약자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골리앗에게 유리한 규칙에서 벗어나면 승산이 있다"며 "제도권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증명된다. 하버드 대학의 정치학자 이반 어렝귄-토프트(Arrenguin-Toft)가 지난 200년간 세계에서 벌어진 전쟁 중 인구와 군사력에서 10배 이상 차이가 난 '다윗(약소국)과 골리앗(강대국)의 전쟁'을 분석한 결과, 골리앗의 승률은 71.5%였다. 그러나 강자의 룰에 따르지 않은 싸움에선 다윗이 63.6% 이겼다. 1951년 베트남 공산반군의 프랑스군 격퇴, 조지 워싱턴이 영국을 상대로 벌인 미국의 독립전쟁 등이 이에 속한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영국군 장교 T E 로렌스(Lawrence)가 1차 세계대전 당시 사우디 반도에서 오스만 제국 군대를 몰아냈던 것도 다윗의 전술이었다. 사막 유목민인 베두인족 유격대를 조직한 그는 메디나에 진을 친 막강한 오스만 군대와의 무모한 정면 대결은 피했다. 그 대신에, 오스만의 보급선인 철도를 공략하고, 사막을 가로질러 홍해의 요충지 아카바를 기습하는 등 신출귀몰한 게릴라 작전을 구사해 오스만을 몰아냈다.

1981년 스탠퍼드 대학의 컴퓨터 과학자 더그 레나트(Lenat)는 가상 해전(海戰) 대회에 참가했다. 가상의 1조달러로 함대를 구성해 최강자를 가리는 경기로 참가자들은 대부분 군사학에 정통한 사람이었다. 이런 고수들에 맞서 레나트는 공격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폭약을 적재해 적함이 닿는 순간 자폭하는 보트들만 대거 포진시키는 전략을 썼다. 사람들은 레나트를 비웃었지만, 결과는 그의 우승이었다.

레드우드시티, 로렌스, 레나트 승리의 비결은 성경에 나오는 다윗과 비슷하다. 다윗이 골리앗의 '창검'이 아니라 '새총'이란 목동만의 무기를 꺼내 들었듯이, 이들도 나약한 자신에게 걸맞은 나름의 전략을 개발했다. 강자를 위해 만들어진 규칙에 약자가 억지로 적응하기보다는, "나는 제도권 밖에 있다"는 생각을 갖고 대담한 행동을 취해야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이용수 2009.05.06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