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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이가 있는 곳.

흔적. 2010. 1. 8. 14:42

아이는 이 보다 더 깊은곳에 있으리라. 정찰과 매복이 반복되는 DMZ내에서...추운 날 매복을 할려면...

난 안다. 깨끗한 밤하늘의 별과 달과 얼굴위로 스치는 사름한 공기의 맛을...

그리고 군화속으로 찬공기가 스물스물 밀려와 양말을 뚫고 느끼는 발가락의 얼어 굳어지는 느낌을...

 

 

일 오후 5시30분쯤 강원 철원군 제3보병사단 백골부대. 장병들의 남방한계선 철책 경계근무에 동행했다.

장병들은 “별로 춥지 않은 날”이라고 했지만 코끝이 흘러나와 얼어붙은 콧물에 막힐 정도로 추위가 엄습했다. 면도를 하지 못한 한 장병의 수염 끝에는 흘러나온 콧물이 얼음방울처럼 맺혀 있었다. 1시간 여 동안의 근무가 끝날 무렵 전투화 속에서 발가락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얼굴은 이미 추위에 부르터 있었다.

체감 온도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 속에서 매일같이 칼바람 부는 능선을 오르내리는 젊은이들. 얼음장같이 차가운 소총을 손에 들고 우두커니 철책선을 지키고 있는 전방 부대 장병들에게도 추위는 보이지 않는 막강한 적이었다.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안의 한 산등성이에 위치한 이곳은 한낮에도 영하 15도 이상 기온이 오르지 않는다. 서울에서 가장 추운 날 아침 최저 기온보다도 낮은 온도가 이곳에서는 그나마 따뜻한 수준인 것이다. 민통선의 삼엄한 경비를 통과해 도착한 소초 지붕 곳곳에는 길이가 수십㎝에 달하는 고드름이 자라나 이곳의 추위를 실감케 했다.

오후 4시쯤 소초 장병들은 방한복을 입고 총기를 확인하는 등 야간 경계근무 투입 준비로 분주했다. 소초에서 정한 ‘방한 복장 대책 지침’에 따르면 이날 근무자들은 갖출 수 있는 최대한의 방한 복장을 착용해야 했다. 총 4단계로 구성된 방한복장 착용 지침에 따르면 실외 기온이 0도 이상인 경우 ‘1단계’로 동절기 기본 전투복장 외에 목도리, 귀덮개, 파카 외피 및 방한 외피를 착용토록 돼 있다.

‘2단계’는 기온이 0~영하 5도인 경우. 1단계 복장에 방한외피, 방한화, 방한장갑이 추가된다. 영하 5~10도의 ‘3단계’는 여기에 방한두건이 추가되고 영하 10도 이하의 ‘4단계’에선 안면 마스크까지 추가돼 피부의 외부노출을 최대한 줄인다. 소초 관계자는 “혹한기에 경계 근무를 나서게 될 경우 속옷부터 가장 외부에 입는 방한외피까지 보통 7~8겹의 복장을 착용한다”며 “이걸로도 부족해 일부 병사들은 타이츠나 덧소매를 구해 입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소초로 배치된 지 이제 한 달 정도 됐다는 A(20) 이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추위를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위뿐 아니라 폭설도 소초로서는 경계 대상이다. 남방한계선이 있는 경계 근무지에 오르니 최근 내린 폭설로 민통선 안 소초 주변은 시베리아나 극지대를 연상케 할 정도의 설원을 이루고 있었다. 소초장인 박종현(27) 소위는 “날씨가 추워질 경우 경계 근무뿐 아니라 병사들의 건강도 더 걱정된다”면서도 “그러나 추위를 막는 것은 자신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경계를 더 철저히 서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병사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원 =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 201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