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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 꽂이는 브랜드가 되는 법

흔적. 2010. 6. 28. 10:37

제품아닌 무형의 서비스는 어떡해 꽂히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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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처럼 뾰족한 하나의 메시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개발하라

 

◎ 왜 이 기사를 읽어야 하는가?
매년 쏟아지는 2만여 개의 신제품 중에서 3년 후에도 살아남는 제품의 수는 얼마나 될까? 한 컨설팅 회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답은 20개 미만이다. 확률로 말하자면 0.1%가 못 되는 셈이다.

 

요즘처럼 아는 것 많고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선택한 이 0.1%상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브랜드는 소비자를 무장해제시킨다. ‘그 브랜드는 분명 좋을 거야’라는 소비자의 믿음을 얻는 것이 21세기 기업경영의 최대 목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마음에 쏙 들면서도 늘 한결 같은 믿음을 전달하려면 어떤 가치를 줘야 할까? 가장 합리적인 가격? 가장 기술적으로 뛰어난 제품? 아니면 가장 뛰어난 디자인?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분명 충분한 시장조사를 통해 소비자 수요도 확인했고, 기술이나 맛, 품질은 물론 요새 들어 더욱 중요해진 디자인까지 충분히 신경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상품이 성공하는 것은 대체 왜 이렇게 어려울까? 그 답은 상품이 브랜드(Brand)로 발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브랜드 vs. 상품(Commodity) 무슨 차이지?
당신의 회사에서 출시한 제품은 브랜드인가 상품인가?
(힌트: 앞서 이야기 한 2만여 개의 신제품 중에서 브랜드라고 불릴만한 ‘자격’을 갖춘 것은 3년간 살아남은 20개뿐이다. 나머지 1만9980개는 상품이다.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브랜드와 상품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힌트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아마도 ‘브랜드는 성공한 제품, 상품은 실패하고 사라진 제품’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 생각한 것이다. 다시 말해, 20여 개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성공했고 나머지는 상품이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둘의 차이는 대체 뭘까?

 

먼저 상품에 대해 알아보자. 원래 상품을 뜻하는 영어 단어 commodity는 ‘범용(汎用)품’을 뜻한다. 이는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널리 보편적으로 쓰이는 제품을 말한다. 일반적인 디지털 부품이나 소금, 모래처럼 누가 만들더라도 제품의 차별화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장 싸게 만들어 파는 능력’이 경쟁력이 된다.


반면 브랜드는 자기 가축에 불로 낙인을 찍어 구분한다는 의미의 노르웨이어 ‘Brandr’에서 유래되었다.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브랜드란 ‘수 많은 제품들 중에서 자사의 제품을 차별화시키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차별화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기업의 의도한 차별화를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받아들여야만 진짜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소비자들이 그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는 것을 알고, 그 제품이 지향하는 차별화된 효익(benefit)을 받아들이며, 더 나아가 그 제품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 비로소 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시장에서 죽어 없어진 제품들은 차별화 요소가 없는 범용품이거나 차별화 요소가 있더라도 소비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기업 관점에서의 브랜드’일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기업은 상품이 아닌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에게 인정받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0.1%가 될 수 있다.

 

어느 떡볶이 장사 이야기
잠시 쉬어가는 퀴즈 하나. 서울에 있는 떡볶이 장사는 총 몇 명이나 될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 직접 발품을 팔아 그 수를 세려면 족히 한 달은 걸릴 만큼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유독 유명한 집이 있다. 바로 압구정동 씨네시티 극장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변강쇠 떡볶이’가 그것이다. 각종 신문에서 맛집으로 다뤄진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블로그에 관련 사진과 체험기가 넘쳐난다.

 

비결이 뭘까? 일단 가장 중요한 ‘맛’이 떠오른다. 하지만 모양으로 보나 블로그 체험기로 보나 그렇게 ‘환상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 가격이 싼가? 한 뼘 남짓 하는 두꺼운 가래떡 하나에 500원이다. 별로 싸지도 않다. 자리 덕인가? 변강쇠 떡볶이는 대로변에서 10분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있다. 심지어 맨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그 주변에는 다른 분식집이 여럿 있었다. 후발주자로 등장해 시장을 평정한 것이다.


차이를 만든 것은 ‘브랜드’다. 일반적으로 ‘무슨 역 앞 몇 번째 가게’로 불리는 범용 떡볶이와는 달리 ‘변강쇠 떡볶이’는 하나의 브랜드이다. 굵직한 가래떡을 보며 떠오르는 야한 상상을 재미있는 이름으로 표현했고, 주 고객층인 젊은 사람들은 낄낄대며 공감했다. 더욱이 무뚝뚝한 표정의 주인장이 주걱으로 떡을 뚝뚝 잘라주는 모습은 그 옛날 말없이 장작을 패던 변강쇠를 연상시킨다. 변강쇠 떡볶이를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그 독특한 경험을 잊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을 퍼뜨린다. 입소문이 더 많이 퍼질수록 변강쇠 떡볶이는 더욱 차별화된 브랜드가 된다.


송곳같이 꿰뚫는 한 줄의 메시지 ‘브랜드 아이덴티티’
이처럼 브랜드의 힘은 매우 강력하다. 브랜드를 통한 차별화는 제품이나 기술, 가격 및 전략 등을 통한 차별화보다 훨씬 강력하며, 한발 더 나아가 모든 기업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가 된다. 그런데 차별화된 브랜드를 시도했지만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는 왜 생기는 걸까?

 

먼저 기업이 의도한 차별화 요소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효익을 주지 못할 때 이런 일이 생긴다. 예를 들어 차별화를 위해 활용한 최신 기술이 오히려 고객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 등이다. 3.5세대 이동통신기술(고속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화상통화와 동영상 다운로드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을 활용한 휴대폰이 맨 처음 나왔을 때, 통신사들은 앞다퉈 화상통화 기능을 강조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 기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특히나 화상통화를 하려면 상대방도 3.5세대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당시 소비자들은 이 기술에 그리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얼마 되지 않아 이 상품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곤란한 것은 제대로 된 차별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하는 경우다. 저마다 차별화를 외치는 수 많은 제품들 속에서 소비자의 머리 속에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알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겹겹이 쌓인 소비자의 머리 속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살아남는 0.1%의 브랜드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은 브랜드 아이덴티티(BI: Brand Identity)에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란 ‘브랜드가 고객에게 사랑 받고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단 한마디로 정의한 것’이다. 풀무원의 ‘바른 먹거리’, 초창기 네이버의 ‘지식 검색’, 미스터피자의 ‘여자를 위한 피자’, 그리고 앞선 사례 속 분식집의 ‘변강쇠 떡볶이’가 그 예이다. 이는 마치 차별화 포인트를 최대한 뾰족하게 다듬어 소비자 머리 속의 한 곳을 집중적으로 찌르는 것과 같다. 제 아무리 많은 정보가 소비자의 머리를 둘러싸고 있더라도 뾰족하게 다듬어진 하나의 메시지로 지속적으로 공략한다면 결국 그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다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약속하는) 유일한 (사업 영역) 브랜드인가?

예를 들어, 
자이(Xi)는 (가장 IT 시스템이 잘 되어있을 것 같은) 유일한 (아파트) 브랜드이다. 
풀무원은 (바른 정신으로 만든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는) 유일한 (식품) 브랜드이다. 
IGM 지식클럽은 (경영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유일한 (기업 임원 교육 전문) 브랜드이다.
가 된다.

 

이 때 앞 괄호에 들어갈 내용은 내가 잘 하는 것들 중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할만한 ‘단 한 가지’가 되어야 한다.

 

최근 국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한민국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앞선 기술력과 디자인(Advanced Technology & Design)’으로 설정되었다. 하지만 이는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뉴질랜드의 ‘100% Pure New Zealand’나 투자유치를 강조한 두바이의 ‘Do Buy! Dubai!’, 제조업의 강점을 살린 일본의 ‘Quality Japan’에 비해 메시지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설정할 때에는 강력하고 뾰족한 ‘송곳’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수많은 신제품들이 하루 아침에 ‘범용품’이 되는 시대에, 우리 기업은 어떤 뾰족한 메시지로 소비자에게 ‘브랜드’로 남을 것인가?

 

2010.06.25 조성진 IGM 전임연구원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