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남쪽 해변 고급 주택단지에 있는 450만달러짜리 저택. 방 여섯 개와 욕실 겸한 화장실이 여섯 개. 대문을 열고 나오면 태평양이 바로 코앞에 닿는 곳에 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이 미국에 사 둔 집에 대한 설명이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은 조 사장을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조 사장은 2002~2005년 이 저택과 콘도 두 채를 1170만달러에 사면서 550만달러를 현지법인 효성아메리카의 자금을 빌리는 형식으로 빼내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조 사장은 당시 검찰 조사에서 "회사를 위해 영빈관으로 쓰려고 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집을 산 지 얼마 안 돼 세를 놓은 것으로 보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저택을 사는 데 쓴 450만달러 중 90만달러는 정당하게 빌린 것이고 나머지 360만달러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콘도 구입에 쓴 100만달러에 대해선 횡령죄를 인정했다.
▶대검 중수부는 작년 11월 임병석 C&그룹 회장이 위장 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을 마련한 혐의를 잡았다. 당시 검찰은 임 회장이 비자금으로 2억원짜리 BMW 승용차를 사 아내에게 선물했다는 회사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호진 테광그룹 회장은 526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려 채권을 사고 보험에 가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직원 급여와 직원 작업복비를 거짓 회계 처리하고 개인회사 직원의 급여를 계열사에 떠넘기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엊그제 서울중앙지검은 오리온그룹 조경민 사장이 회삿돈 5억7000만원으로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쉐 카이엔 같은 고급 외제 차를 리스해 담철곤 그룹 회장 일가에 건넸다고 밝혔다. 담 회장 일가는 이 차들을 자녀 통학을 비롯해 개인 용도로 썼다고 한다. 조 사장도 포르쉐 카레라 GT 같은 외제 스포츠카 3대를 위장 계열사 돈으로 리스하고 세금과 보험료도 내며 3년간 자가용처럼 몰고 다녔다.
▶오리온그룹 회장 일가와 조 사장이 이렇게 개인적으로 쓴 회삿돈이 19억7000만원이나 됐다고 한다. 2인승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만 해도 차값 3억원에 한 해 유지 비용이 적어도 5000만원은 든다고 한다. 기업을 한다는 사람들이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고 이 돈을 제 돈인 양 흥청망청 써대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모두 제 발밑을 허무는 행태들이다.
2011.05.13 김낭기 논설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