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동창과 통화중 산행하자고 권한다. 그러마 하고선..전일 문자 메세지가..
그렇지 않아도 망설이고 있는데 결정하다. 코에 바람 좀 넣고.
남해에는 망운산(망산?), 설흘산, 호구산이 있다고...호랑이가 움크리고 있다고?
부전역에서 버스를 타다. 25명정도, 단촐하게 편안하게 다녀오다.
남해의 산은 바다를 보는 풍광에 있다. 오밀조밀 오뚝 솟은 섬들. 유유작작하게 지나는 배들.
내 마음을 띄워 보내고 싶은 느낌.
어린 시절 개울물에 고무신을 접어 배를 만들어 띄워 놓으면 돌 사이로 피하며 떠내려 가는 모습에,
신발을 잃어 버릴까 같이 뛰어가며 놀았던 조그만 추억들이 바다위 섬들 사이로 오가는 배들과 오버랩 되다.
산행: 맹강고개-258봉-돗솔바위-갈림삼거리-정상-백련암-용문사-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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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내려서 본 남해의 전개도이다.
60대 중반부터 30대중반까지...ㅋㅋ 두여인은 26기, 28기 후배님의 옆지기다. 본인들 빠지고 대타로...ㅎㅎ
초입, 초행이면 지나칠 것 같은 입구. 산행경력 43년의 산대장님(14기)이 든든하다.
목적지인 정상이다. 한걸음씩 가다보면 도착할것이다. 숨이 턱에 차올지라도 걷다보면. 인생과 같은 것.
근데 왜 숨이 차오르는 곳은 피해가고 싶은 걸까? 편한 길로만...그러면 결코 목적을 이루지 못할텐데.
스스로 물어본다.
오르는중 좌측을 보면 설흘산이 보인다. 섬 끝 오뚝 쏟은 산.
지나온 길이다. 한발한발 옮기다 보면 이리도 구비구비 오는 것이다.
시간과 끈기만이 목적을 채워줄텐데...인생을 소비하고 말았다는 생각이 요즘엔 더욱 든다.
정상의 남쪽. 한가한 어촌마을. 눈부신게 맑은 하늘은 아니다.
내 고민 같은 약간은 흐린 하늘, 그리고 적당한 바람..
남해를 바라보며 바다 멀리서 위급한 일이 올까 쌓아놓은 봉화대...'유비무환'내실을 튼튼히 하는 상징이다.
용문사로 내려와 기다리는 버스한대. 복잡하지 않아 퍽 좋다. 을씬년스러울 정도로..
인동초라고 한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그 이를 생각하면 싫다.
배려보다 자신의 이익 영달을 위해 삶을 보낸것 같다. 일생을 머리굴리며 주판을 튕기며 살아온 느낌이다.
약간은 모자란 듯, 조금은 무식한 듯한 단순함이 전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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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은 인동초가...남해의 봄은 전부가 약초라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함께 간 일행이 이리저리 설명을 하면서 풀을 뜯어 먹으며 내게도 권한다. ^^ 씁쓸한 맛이 쏠쏠했다.
이제 촌에서 자란 장년들이 세상을 뜨면 누가 저리 재밌게 설명하며 다닐까? 괜한 걱정도 해본다.
산행중에 가장 인기있는 사람은 화려한 옷차림의 등산객이 아닌, 잡초와 나무에 대해 해박한 사람,
산행 별미 요리를 잘하는 사람인 것일거다. 23기 후배덕에 산에서 먹는 비빔국수도 맛있고..
반백의 인생을 지나며 느낀 것은 자연과 소리, 맛에 친한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
그것은 끝없는 미소를 가져다 주기에...난 조연으로 음미하고 끄덕여 줄 뿐...좋은 조연자로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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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고: 2013.06.09 남해 호구산 619M , (디지털 산악회 66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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