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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이야기

흔적. 2013. 10. 17. 20:57

보수동 헌책방.

전국적 지명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쇠락의 길을 걷는 모습에 편치않다.

아주 옛날. 국민학교 시절부터 보수동 책방골목의 이름을 익히 들어...고교시절엔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새책값 받아 책방골목에 와서 새책같은 헌책을 사서 인증을 받던 시절도...^^

아직 갖고 있는 영한사전은 책방에서 산것..  깨알같은 글자라 이젠 보지도 못하고 향기만 맡는다.

그 표지를 얇은 종이를 넘길때 마다 줄을 그은것, 색칠한것 볼때마다 기억의 언저리가 꿈틀거린다.

아쉬움, 후회...

 

학교앞 책방이 없어지는 것은 문화가 없어지고 인문학이 닮아 없어지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꼭. 음악, 연극, 영화, 사진등 보이는 것만이 문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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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사진작가' 최종규씨… 15년 동안 순례하며 렌즈에 담아


	사진작가 최종규씨.
최종규씨는“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은 옆에 찻길이 없어 천천히 걸어 다니며 책시렁을 살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박돈규 기자
서울 신촌의 헌책방 '숨어있는 책'에서 사진작가 최종규(38)씨를 만났다. 지하 1층 바닥부터 천장까지 헌책이 빈틈없이 알뜰하게 쌓여 있다. '책 진열의 경제학'이다. 아직 풀지 않은 책 꾸러미도 여럿 보였다. 1992년부터 전국 헌책방을 순례했고 1998년부터 그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온 최씨는 "헌책방에서 '보물'을 건지려면 좋은 책을 알아보는 머리와 옮길 수 있는 힘, 두 가지가 필수"라며 책 묶는 법부터 일러줬다.

"끈으로 묶을 때는 서른 권이 딱 알맞아요. 십자 매듭으로 야무지게 여러 번 묶고 매듭은 옆에 지어야 합니다. 막 던져도 풀리지 않을 만큼 단단하게,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만 남기는 게 좋지요."

헌책방은 그에게 교실이자 세상이다. "헌책방에서 책을 손질하고 아끼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많이 안 팔렸다고, 절판됐다고 값어치가 없는 게 아니다. "헌책방에서 발견한 2000~3000원짜리 낡은 책 한 권이 마지막일 수도 있기에 소홀히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헌책방에 가는 즐거움은 수십 가지 있지만 우선 조용해서 좋아요. 천장까지 책으로 막혀서 소리가 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형 서점은 정신 사나워서 못 가요."

최씨는 전남 고흥에 산다. "나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일부러 멀리까지 갔다"고 했다. 이사할 때 옮긴 책이 5t 트럭 5대 분량. 어림잡아 10만권쯤 된다. 고흥에서 폐교(廢校)를 빌려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를 만들었다. "내 서재인 셈"이라며 싱글벙글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 '우리말과 헌책방'을 쓴 이 헌책방 책지기가 이번엔 '책빛 마실'을 펴냈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의 지난 10년 풍경과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헌책방 숫자야 서울이 많지만 골목 하나에 뭉치기로는 부산 보수동이 으뜸"이라면서 "헌책방 골목이 우리에게 어떤 구실, 어떤 몫,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오는 18~20일 보수동 책방골목에선 열 번째 책 잔치가 열린다.

헌책방을 좋아하는 사람은 헌책방 이야기를 잘 안 한다. 헌책은 딱 한 권뿐일 때가 잦아 남에게 빼앗길 수 있어서다. 최씨는 독립문 '골목책방', 용산역 '뿌리서점', 신촌 '숨어있는 책', 연대 앞 '정은서점', 동작구청 앞 '책방 진호'를 서울 최고의 헌책방으로 꼽았다.


	최종규씨가 찍은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
최종규씨가 찍은 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
"집 가까이에 헌책방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책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지요. 피처럼 '책이 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헌책방이 없다면 폐지 처리장으로 갈 거예요. 없어지는 책을 모아 보관하고 사진에 담으며 헌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3.10.16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