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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검은 선", "늑대의 제국"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씀, 이세욱 옮김

흔적. 2017. 7. 29. 15:13


지은이: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옮긴이 이세욱.



우봉 도서관에서 찾게된 소설 책들중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작품에 매료되어 연속으로 찾다.


[현실과 역사, 과학을 바탕으로 가공할 상상력을 구사한다. 저널리스트로 세계 곳곳 탐방하며 현장성과 문제의식으로 발표하다.]


발품으로의 현장감, 지식, 현실감에 더한 스릴러다. 땀의 냄새와 지식의 열정이 묻어 나오는 소설이다.





1권

p42

하얗고 깔밋한 선들.


p280

피아노에 흰 건반과 검는 검반이 있듯이, 음악반 사이에도 흰 건반과 검은 검반이 있었다.

한쪽이 온음, 장음계, 분명한 음조에 속하는 부류였다면, 다른 쪽은 반음, 단음계, 불안정 음조에 속하는 부류엿다. 한쪽은 발랄하고 편안하게 음악을 하는 학생들이 잇었고, 다른 쪽에는 상처입은 새들처럼 고통을 안고 사는 음악가 지망생들이 있었다.


p295

마치 한소끔 일었던 분노가 가라 앉은 것처럼 조용히 돌아오기를 되풀이했다.


2권

p61

길찬 나무들이 성깃성깃 자라나는 숲이 가도가도 끝나지 않을 듯했다.   --  중략 --

다가갈수록 우듬지든 잎사귀든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p82

감옥은상부상조나 연대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감옥이란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서로 뒤섞이지 않고 공존하는 세계이다. 경우에 따라서수감자들이 공통의 목표에 합의할 수 있겠지만, 저마다 삶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자신의 생존과 직결될때만 지능을 발휘하는 쥐들의 세계인 것이다.


p131

수평선은 납으로 된 검고 팽팽한 줄처럼 보였다. 모든 계절풍이 단단하고 밀도 높은 띠를 이루어 수평선에 집중되어 잇었다. 번개가 번쩍일때마다 엉긴 피처럼 검붉은 구름에 줄무늬가 생겨났다. 암흑지대 여기저기에 비의 장막이 드리우면서 사위가 더욱 어두워지고 있었다.


p320

그는 설핏한 미소로 그녀의 눈길에 화답한다. 매력이 없지 않은 남자다. 하지만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청혼하면서 계속 퇴짜만 맞고 다니는 남자처럼 생겼다. 하디자는 그의 삶을 상상해본다. 놓쳐버린 기회들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을 마냔 바라보고 있는 잿빛 강둑 같은 삶.


p354

하지만 ㅂ비행장의 에어프런에 내려서서 소금기와 해초 냄새가 실린 공기를 들이마시자마자, 고향에 온것처럼 편안한 기분을 느꼈다.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떠나왔던 나라들에서도 가을은 이렇듯 푸근한 애무와 같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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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김이(번역자)의 중요성은 한결 느끼는 책이다.

그 전에 이책은 공전의 히트작. 악의 기원 3부작 중 제1부

프랑스 종합베스트 20주 연속 1위의 소설.

정말 재미있게 일터에서도 틈틈히 보았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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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문득 어쩜 이런 표현을 쓸수 있을까? 번역가의 힘일까? 하는 것도 느끼다.

작가의 공부깊이, 팩트를 소설에 삽입하여 현실감을 높이고...역량이 한껏 느껴진다. 요즘 국내는 그러한 소설가 찾기 힘든다.


2017.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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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의 제국 '



1권


p59

그는 운전대를 두 손으로 꼭 잡고 도로를 주시했다. 하필 오늘 같은 날 그 너절한 과거를 들쑤시는 이유가 뭘까? 비에 젖은 풍경 탓인가? 아니면 산자들 속에서 죽은 자들이 힘을 발휘하는 일요일이기 때문일까?


p106

"법의학은 언제나 심리학과 통합니다. 폭력이란 인간의 병든 마음이 손을 통해 빠져나가는 것에 지나지 않죠..."


p130

안나는 우두망찰하여 한참 동안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일찍이 이토록 증상이 결렬했던 적이 없었다.

오전에 품었던 거짓된 희망의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닌가 싶었다.


p173

"카메룬 사람들은 위조의 왕일세, 지폐건 신용카드건 뭐든지 위조하지. 콩고인들의 전공은 옷이야. 옷을 훔치거나 가짜 상표를 만드는 일에 능속하네. 코트디부아르 사람들은 별명이 "3615"야. 가짜 자선 단체를 전문으로 하고 있지."


2권


p10

문득 어떤 책에서 읽은 글귀가 뇌리를 스쳤다. '위험이 구체적이면 불안은 신체적으로 나타나고, 위험이 본능적으로 감지되는 것이면 불안은 심리적으로 나타난다. ' 누가 그렇게 썼더라? 프로이트인가? 융인가? 나에게 위험은 어떤 식으로 나타나게 될까? 


p226

빗줄기는 여전히 세차지만 여기서는 빗소리가 사뭇 부드럽다. 나무에 떨어진 빗방울은 무딘 피치카토로 잎사귀에서 되튀어 오르고, 풀잎을 때린 빗방울은 하프의 현을 타듯이 풀줄기를 타고 미끄러진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몸은 춤으로 음악에 화답한다. 대지는 자신의 정원으로 비에 화답한다.'


p277

그는 장막처럼 짙게 드리운 안개 속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사위가 온통 젖은 솜에 싸인 것처럼 하얗고 축축하게 변했다. 구름의 속살을 헤치며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길 가장자리에는 눈 더미가 아직 쌓여 있었다.

    

첨언: 글, 문장, 단어 굉장히 여유있고 새롭다. 옮긴이의 실력도 함께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