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책(冊)

후기> "공터에서" 김훈 지음

흔적. 2017. 9. 8. 22:59


수봉도서관에서 덤으로 한권 더 대여했다. 오래전 대출 신청을 하니 대여되어 없었다.

그러다 생각나서 확인, 갖고오다.


김훈의 책을 읽자면 어찌 같은 주어를 가지고 어떡해 이리 쓴단 말인가. 단어의 사전이자 말의 성찬자이다. '눈물'이란 단어아래 이리도 많은 사연들을 만들 줄... 

실망을 시켜주지 않는 작가, 역시 광펜을 가지고 있슴을 어쩔 수 없다. 





p29

미안하다는 말은, 조일 힘이 풀어진 아래를 아들에게 맡기는 그 속수무책의 무력함이 괴롭다는 말인지, 이제 끝나가는 한 생애 전체가 허접해서 송구스럽다는 말인지...


p46

이도순은 벽 쪽으로로 돌아누워서  울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과 울음을 누르려는 울음이 부딪치면서 울음이 뒤틀렸다. 입 밖으로 새어 나온 울음이 몸속에 쟁여진 울음을 끌어냈다. 문 밖의 울음과 몸 안의 울음이 이어져서 울음은 굽이쳤고, 이음이 끊어질 때 울음은 막혀서 끽끽거렸다. 그 울음은 남편과 사별하는 울음이 아니라, 울음으로써 전 생애를 지워버리려는 울음이었으나 울음에 실려서 생애는 오히려 드러나고 있었다.


p65

- 중략 -  여기가 아닌 곳에서 살려면 여기서는 죽어서는 안되고, 여기가 아닌 곳에서 죽으려면 여기서 죽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매와 매 사이에서 솟아올랐다.


p158

- 중략 - 초코릿을 입안에 넣고 혓바닥으로 빨다가 보채는 이빨의 충동을 이기지 못해 씹어서 삼켰다. 아,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그날, 새롭고 놀라운 맛의 세계가 마장세의 몸속에서 문득 열렸다.

- 중략 - 미군 군화의 번쩍임과 초코릿 맛의 강렬함은 마장세의 마음속에서 연결되어 있었다.


맛이 목구멍의 끝 쪽으로 사라지면 맛의 기억은 더 강렬해졌다. 지나간 맛은 모두 헛것이었지만 헛것은 입안에든 먹이보다 더 선명하고 구체적이어서, 지나간 맛과 아직 오지 않은 맛이 빈창자 속에서 뒤섞였다. 배가 고플때는 햇빛이 더 강렬해 보였고 햇빛을 받는 해운대 모래에서 고소한 냄새가 났고, 먼바다 쪽에서 초코릿 냄새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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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경험, 좋은 습관, 여행, 쓰기 연습, 읽기가 필요할까?

한 세대의 民이 체험한 역사를 이렇게 씐 글은 보지 못했다. 3대에 걸쳐 흘러가는 삶은 우리의 모습이자, 역정이고 고행이자 보통의 삶이였다. 

외면해서는 안된다. 돌 팔매질을 하면 안된다. 우리 모두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난 한 세대를 쓰고 싶다. 6,7,80년대를.

다닥다닥 붙은 한대문에 12가구(방하나 부억하나, 공동 수도, 공동변소 각 한개),  공장에 다니는 옆집 누나, 동생, 친구,  쌓이는 작은 통장에 웃고 울던...가족을 그리워 하며 살았던 내 10대와 20대의 주변의 삶을...명절 통근 차 2~30대가 진을 치고...선물꾸러미들고 고향에 가는 우리의 삶들

어떤때는 애절할 만큼 그리울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