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산(山)

산> 주왕산은 날 반기지 않고.

흔적. 2011. 11. 7. 19:56

주왕산.

20대 초반 멋모르고 베낭을 짊어지고 갔던 곳...3박4일을.

그후 세월이 지나감에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마침...결정을 했으나 일기예보에 신경이 곤두서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이왕 결정한것. 

동래역 07:40분경 출발. 30분 지연. 항상 좋지않은 현상이다. 시간 지킴이란.

이번에도 버스에선 내옆만 빈자리. 베낭만이 차지하고 창밖, 흐린 늦은 가을풍경을 보며 지나치다.

처연한 느낌도 들며 약간은 무료함을 가지며... 좋다.

 

11시 30분경 부터 입산하다. 늦가을 단풍길에 나섰던 수많은 인파들. 그 중 한몫을 차지..

비가 흩어지다. 땅은 철벅거리고...스산한 기운이..

경로: 대전사 ~ 주왕암 ~ 주왕산 ~ 칼등고개 ~ 후리메기 ~ 제2폭포 ~ 제1폭포 ~ 대전사

  

날 반기지 아니하다. 주왕산이.

너의 푸른 꿈은 어디로 가고...이렇게 늦게, 어쭙잖은 모습으로 날 찾는지 꾸짓다.

정상에 오면 퍼 부울것 같은 하늘과 떨어진 낙엽, 말라가는 가지만 반기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山이 전하다. 다음, 좀 더 밝은 모습과 솟치는 기백으로 찾아리고...

 

산을 지키는 주왕암. 바위밑의 고적넉함이란 한밤에는 주왕산의 역사만 들려오겠지.

기원하러 오는 民草들만이...무엇을 그리도 바라고 싶을까..하긴  나역시 많다.

 

주암굴. 안에서 밖으로 보는 세상은 다른가?

떨어지는 계곡물은 온 풀들에게 적셔주어 새생명을 탄생하게 만드는데, 난 주어진 삶조차 버거워야 하나.

 

산길, 돌아돌아, 굽이굽이,

낙엽들은 이리저리 치이고 밟히면서도 산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생명을 싹이 될터인데.

터벅터벅 걸으며 무슨 생각으로 걸을까...지나온 흔적들.

 

인증샷을 누르기엔 너무 많은 인파.

여러 무리가 지나가길 여러차레. 한참 동안 기다리다 정상석만 한컷.

주왕산의 기암절벽과 멋진 단풍을 떠올리기엔 허접한 정상석. 그것이 겸손일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큰바위가 즐비하니 정상만큼은 아담하게, 마음을 두시라는..

 

지나는 모퉁이. 자테를 뽐낸다. 날 기다렸다는 듯이...

이것만으로도 평소의 가을 주왕산의 단풍은 상쇄시키겠다고 전하다. 채색. 붉다. 아름답다.

 

하산, 대전사에서 본 바위.

호남의 山石과는 완연히 다르다. 울퉁불퉁...삐쭉삐쭉...강건한 남성미를 자랑하는 바위들이다.

氣가 세차다. 바람도 산도...거친 풍파를 쉴텀없이 달리며 호령하는 그 옛날 장수들이 연상되다.

정말, 氣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시로봉의 모습이다.

하산길 방향을 바꾸며 찍어보다 4컷. 완연히 다르다. 맨 우측을 보면 옆모습이 또 다른 사람을 만들다.

구성을 못해 나무가지가 거슬리지만 다 보여주기 싫은 모양이다. 모든것은 그대로가 좋다. 세월이 흘러도...

 

아차. 하산 길 미끄러지다. 계단의 모서리를 밟아...짚었는데 우측 어깨가 뻐근하다.

산은 그리 조심하라고 했거늘...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그만. 어쩌나, 말도 못하고.

 

출산후 약간의 오뎅탕. 일행이 권하다. 고맙다. 롱다리, 라인, 금정산

밤늦게 귀가하다. 훗날 다시 한번 찾아야겠다. 그땐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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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신체에 나타나는 세월의 연륜을 지우기 급급한다. 화장으로, 보톡스로, 성형으로...정체성 잊어버리며.

산은 말없이 느끼고 배우라고 일깨워주는데도...받아 들이지 못하고 산다.

그래도 山은 거부하지 않는다. 나도 山처럼 살면 얼마나 좋으련만 속좁은 계곡물같다. 언제 깊고 넒어질까.

 

 

어디고: 2011.11.06 청송 주왕산 _722M(달팽이산악)

부른이: 김광석 "흐린 가을하늘에 편지를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