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글(文)

[가슴으로 읽는 시] 물음

흔적. 2012. 10. 27. 22:23

 

 

물음

 

세 번이나 이혼한 마거릿 미드에게
기자들이 왜 또 이혼했느냐고 물었다
그때 그녀가 되물었다
“당신들은 그것만 기억하나
내가 세 번이나 뜨겁게 사랑했다는 것은
묻지 않고”

 

시 쓰는 어려움을 말한 루이스에게
독자들이 왜 하필 시를 쓰느냐고 물었다
그때 그가 되물었다
“왜 당신들은 그것만 묻나
내가 몇 번이나 간절히 무지개가 있는
세상에서 살기를 원했다는 것은
묻지 않고”

 

―천양희(1942~ )

 

모든 가정사는 씁쓸하고 불행을 포함한다. 모든 사생활은 들춰보면 서글픈 얼룩투성이다.

그래서 그것을 들추는 자나 들춰지는 자나 유쾌하지 않다. 먹고 배설하는 것이 거기 해당하기 때문이리라. 인간은 사랑하고 이별한다. 만고(萬古)의 진리다. 뜨거운 사랑에 초점을 맞추면 아름다운 삶이지만 불행에 초점을 맞추면 추해지기 쉽다. 시를 쓰는 일이 불행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삶이 버거울 때 희망을 노래하기는 어렵다. 이웃이 아프고 산천이 아프고 내가 아플 때 희망을 노래하기는 힘겨운 일이다.

시는 질투가 아닌 사랑이니까. '무지개'가 있는 세상을 꿈꾸는 일, 그것을 열망하는 일을 포기할 수 없기에 오늘도 경제적 가치로는 아무것도 아닌 시를 쓰고 노래를 짓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2012.10.25 조선일보.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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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집에 오곤 한다. 그러면 지난 신문이 거실에 있으면 한장씩 들추며 夜食을 한다.

문득 이 詩가 읽혀졌고 좋은 느낌이다. 그건 내가 쓰고 싶은 짧은 글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일게다.

 

사람들은 나타난 것으로 인정하는 자기 중심적인 사고가 있다.

즉, 行間의 의미를 생각지 않고 판단, 결정한다. 너무 표피적인 것에만 집착한다.

그것은 디지털 문화로 갈수록 심화되리라. 인문학적(?) 사유가 갈수록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여기있다.

 

'물음'의 詩는 또 다시 생각을, 그리고 결정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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