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길(路)

길...그 다섯번째. "영주 부석사로"

흔적. 2015. 11. 4. 00:20

緖.

97년(?) 유홍준교수가 집필했던 초기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처음 나왔을때 읽고 너무나 감탄해서 책장에 꽤 오랫동안 꽂혀 있었다. (이사를 할때 마다 버리라는 옆지기의 잔소리도 묵묵히 견디다가 작년에..-_-)그때 배흘림의 기둥에 매료되어 한번 가보리라 생각했던 것이 금번에야 실행에 옮겨졌다. 그 기억은 국사교과서에 나온 부석사에 대한 설명과 겹쳐...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성북동 간송미술관 가는 길목에 혜곡 최순우님의 자택도 방문할만하다)

 

7~10장을 넘기지 않는 나의 규정을 깨고 사진을 싣다. 사진으로 대변하고자.

오래전 흑백사진으로 보아온 옛 부석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어느곳과 다름없는 절이였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동안 보수와 중창을 건립하여 옛것의 을씬년 스러움은 감추었지만 무량수전과 석등 등 그 내적 본연의 모습은 갖추고 있는 듯하다.

 

지식이 얇아 역사적 사실은 항상 언급을 아니한다. 감흥만 적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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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지인과 함께 가기로 했으나 교통편 때문에 어긋나 아쉬워하던 참에 지금 아니가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에 11월 2일 월요일, 직장엔 휴가를 제출하고 가는 여행길엔 처음이였다. 

한적한 55번 중앙고속도로, 가을엔 중앙고속도로가 제격이다. 치악산 줄기를 시작해서 소백산봉오리를 보면서 겹겹히 옷을 갈아 있는 산들을 바라보며 드라이빙하는 맛이란...이런 거야... 

 

입구, 엄마라고 부르는걸 보니 모녀인것 같다. 50대, 70대(?) 함께 가는 모습이 좋아서 한컷,

딸은 저렇게...노년에도 친구처럼...

 

입구다. 사람들은 계단이 많다고 돌아서 가는데 난 계단으로...

대웅전까지 총 108개라는걸 알까? 알면 돌아가진 않을텐데...한걸음이 한풀씩 누르는 억겁을 위해

 

 

안에서 바깥으로 본 정경이다. 문지방의 나무가 어찌 저럴까? 닿을듯 말듯 불균형하게 균형을 갖는 맛.

 

 

묘하게 정면을 바라보지 않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먼 발치를 바라보고 있다. 왜 그랬을까?

淨土의 세계는 正에 있지 안는가보다. 허긴 淨은 定이 아니니까.

고색창연한 건물. 할말은 없다. 바라만 볼뿐.

 

등사이로 보이는 무량수전-고려 공민왕의 필체- 무량수전만 보면 담백하면서 화려하다. 또한 배흘림의 기둥과 서까래는 은근한 미의 중심이다. 날아갈듯한 처마의 선,

그러나 석등을 중심으로 보면 절의 위엄과 권위 그리고 淨土의 갈망도 함께 공존하며 불빛을 가진 석등이 부석사를 지탱하며 이상을 지향하는 느낌이다.

(건축에 있어서 좌우대칭이면 도전보다 안정, 권위을 가진다고 한다.)  

멋지다 못해 그너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럴수가...  석등의 조각까지.

 

 

가을의 흔적인 붉음과 하늘로 치닫은 팔작지붕의 선들. 직선과 곡선의 조화, 그리고 능선들.

가우디가 그랬다고 한다. "직선은 인간을, 곡선은 신을 나타낸다"고...

淨土로 가는 열망을 담았는지 어우러져있다. 四節 변하는 자연의 색과 무채색에 가까운 대들보의 색상

 

 

정토의 바램도 종소리처럼 멀리 퍼져 나갈때가 있기를 바랫겠지. 가엾은 중생을 위해.

 

일몰. 장관이다. 구름사이로 비치는 햇살.  '부석사' 가을의 황혼녘 환상 그 자체.

이것을 보기 위해 시간을 맞추었다.

 

절의 추녀를 볼때마다 현대건축에서 못 한개 아니쓰고 저렇게 만들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부석사는 대들보위 4층서까래를 포개었다. 아름다운 지붕을 위해. 디테일은 아름다움 그 자체를... 

수백년이 흘런 지금도 그 건재함을 보여준다는 것이 부석사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무량수전의 처마끝은 보면 혜곡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아낙네의 버선코처럼 닮지 않았는가?

옛날 엄마의 버선을 보면서 왜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물었던 기억도 새롬 떠오르고. 

 

석양에 물든 햇살을 온몸에 받는 삼층석탑, 황금빛으로 치장했다. 일출의 햇살도 황금빛일까?

 

저기 의상대사(?)의 지팡이가 나무로 되었다는 전설이 쇠창살안에 갖혀있다.

대중들이 손을 대기 때문이지만 저런 모습으로 가두어 놓아야 할까? 안에는 동전, 지폐들이 쌓여있다.

유홍준 선생이 말하기를 우리나라 문화재관리 가장 실패작이 출입금지라고...집은 사람과 부디끼며(쓸고 닦고) 지내야 오래가는데 사람 출입없는 문화제는 폐허가 된다고...동감하는 말이다.

조사당안에 계신 부처는 어떤 마음일까? 보기 흉하다. 더구나 조사당옆에.

 

뜨인는 돌, 부석이다. 得道를 못해 떠오르다 승천을 못해 주저앉지도 못하고 오르지도 못했는지.

 

 

 

온통 황금빛과 어우러져 있다. 일몰의 햇살, 형형색깔을 내뿜는 단풍...그 한적한 오묘함.

 

 

 

 

그림자만 무량수전 앞뜰에 드리웠다. 마치 깊은 가을의 여운이 남는듯이 길게 길게...

가을을 만끽하게 느꼈던 황혼녁의 부석사. 자연의 채색을 고스란이 보여주던 부석사.

과거와 현재, 직선과 곡선, 날아갈 듯 절제미로 위엄도 함께 한 부석사. 붉음과 초록 그리고 무채색의  공존. 석양의 빛에 찬란했던 3층석탑...그에 맞춰 구름사이로 내리 비추는 가을의 햇살은 일탈의 기쁨을 마음껏 느끼게 하다. 역시 한적할때 오길 잘했어. 바쁘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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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2 홀로여행 다섯번째, 소수서원을 거쳐 부석사로. 

 

꼭 소수서원을 거치며(입장료 3,000원), 부석사 주차비 2000원, 입장료 1500원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