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잡(雜)-劇,動,畵...

여름의 끝 외출, 이중섭을 찾아가다.

흔적. 2016. 8. 20. 12:54


여주 생활이 끝날 즈음, 다시 만날 기약을 장담못해 덕수궁 현대미술관에 있는 중섭을 만나러 가다.

평소 억압에 눌린 분노의 황소 그림으로 날 각인 시켰던 사람이기에...

날씨는 무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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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가는 길의 중화문 그 안 중화전. 찬찬히 구경하지 못하다. 여유있는 시간이 아니였기에 지나치면서 한컷만. 계단의 가운데 빚바랜 조각석 무늬가 굉장히 궁금했지만.


덕수궁은 근대의 건축물과 궁궐이 함께 반긴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연륜이 쌓인 후 어색함은 조화로, 부드러움으로 함께 보여준다. 마치 그곳에 있어야 될 것처럼.

그것은 세월만이, 시간만이 해결해 준다. 익숙함이 편한함으로, 관람하러 온 노부부처럼.


관람중에 소나기가 쏟아졌다. 모두 나가지 못하고 있을때, 한번 더 찬찬히 다시 보라고 한것 같아 처음부터 다시 훒다. 소홀히 했던 것도 기대어 서서 한참이나 보고(빔으로 그림을 확대해서 보여준다)


소나기 그친 후의 광장은 더욱 짙은 녹색과 푸르름이다.갑자기 청춘이 생각났다. 푸르름에.

촉촉히 맺혀있는 잔디와 빗물을 약간 머금은 돌길...한결 상쾌하게 만들다. 공장에서 찌들린 마음을.  


미술관은 그리 웅장한 느낌이 아니들어 좋다. 그렇다고 왜소한 것도 아닌.

이 건축물은  나의 학창시절도 생각나게 한다.(고1 시절 친구와 펜팔한 여자친구가 미술관 앞에서 찍은 사진을 친구가 보여 줬을때 참 상큼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미술관 구경가야지 생각했던 적이...^^)

 

실내 촬영이 금지되어 입구에 있는 포스터를 찍다. 기록으로 남기지 못할바에 머리속에 넣어야지.


정면 벽면에 가득메운 대표그림의 포스터.

예상외로 많은 그림에 놀라다. 전쟁통의 시대 그림은 사라졌다곤 하는데.

그림을 닥치는대로 그렸다고 한다. 삽화, 표지화,은지화. 엽서화, 종이가 궁한 시절 눈에 띄는 여백만 있으면...아버지에게 하는 말중 "그림만이 할 수 있다"고 하는 편지글이 눈에 뛴다.

그 작은 종이에 감정들을 담아 가득 표현한다는 것은 그림에 대한 애정이였을 것이다.

그런것 보면 화폭이 크다고 해서 좋은 것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감정의 전달, 표현에 무게가 실리는.


중섭의 그림은 시대에 따라 그림의 방향도 바뀌었지만 그날의 감정에 따라서도 변화무쌍이다.

일본에 있는 처와 아들에게 보낸는 편지와 삽화그림에 표현되는 보고싶은 마음. 예나 지금이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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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시대에 함께했던 문인인 '이상'보다는 형편이 좋았던 것 같다.

혹시 시간이 許하면 박수근 미술관도 권하고 싶다. 한국의 두 거장을 얕은 지식으로 비교하는 재미도.



2016.08.19. 덕수궁에서 중섭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