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길(路)

11월의 경희궁 나들이, 그리고..

흔적. 2017. 11. 14. 22:11


계절중 가장 을씨년스러운 달이 11월이다.

가을도 아닌 것이 겨울도 아닌 것이 스산하게 부는 바람은 스물스물 가슴으로,

겨드랑이로 파고 드는 것이 11월의 바람이다.

나무가 옷을 다 벗어 길위에 나뒹구는, 그래서 가슴을 싱숭하게 만드는...


그리하여 싱숭을 달래고자 철원으로 기차여행을 계획했으나 아뿔싸 그건 팩캐지라나?

가는 기차가 없다고? 그 참...

어떡해 한다? 가까운 경희궁으로 나서게 되다. 그 스물하고 을씨년스런 11월에.


                      x                      x                    x


# 1. 경희궁

17년 11월의 중순. 경희궁을 찾다.


경희궁 앞뜰에서 온몸을 태운다. 가을바람에, 가을 햇살에...


창경궁등 동궐에 비해 서궐인 경희궁은 많이 축소 되었서 안스럽게도 한다.

일본의 만행으로 많은 것이 소실과 파괴와 이전이 되었다고 한다.


신하들의 간격


기둥의 간격


-  간격에 대하여


궁을 관람하다 보면 어디서나 일정한 간격을 볼 수 있다.

임금과 신하와의 간격, 신하들 간의 간격, 그것을 둘러싼 건물의 간격.


요즘은 적절한 간격이 없다. 너무 붙거나 너무 떨어져 있는 사회이다.

적절한 간격이 대화에서의 귀를 기울며 서로간의 존중을 가질 수 있는데...

남여간에도 비록 섹스로 붙어진 관계라도 그건 육체이고, 정신만은 간격이 있어야 오래 유지가 된다.

부모, 형제, 친구, 연인 등 인간뿐 아니라 건축물, 모두가 간격이 있어야 든든하고 오래간다.

그 간격을 좁히거나 넓히는 순간 다툼의 불씨가 되며, 불신이 싹트며 편을 만들기 시작한다.

집착과 미움으로... 그러기에 항상 간격을 유지하도록 정신줄을 가져야 한다.


임금의 편전을 보면 왕의 자리와 신하의 자리, 정승뒷편 자리잡은 사초들의 자리를 보면 

도데체 먼거리에 말이나 제대로 들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된다. 고함을 지르지 않고선.

듣기 위해선 귀를 기울이고 긴장되며 조용할 수 밖에...이런 준비가 있으야만 政事를 했을 것이다.

우리도 상대를 위하여 귀를 세워야 한다. 그것이 먼저 날 존중하는 것이니.


# 2. 서울 역사박물관  

단풍나무의 검붉은 적색빛은 심연에 빠지게 만든다. 그 색상이...처절한 모습인지. 열정의 모습인지.

이제 나도 꺽이게 되겠지. 꺽일때 광채나는 붉은 빛을 뛸 수 있을까? 단 한번이라도.


서울 역사박물관 뒷편.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메달려 있는 것. 

11월의 가을. 표본이다. 인생의 한 축을 마감하는 것처럼.


# 3. 덕수궁 뒷편


박물관에서 길 건너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 덕수궁안의 노란 잎도 담밖으로 외출했다.

가을은 모든 것이 싱숭하게 하는 모양이다. 떠나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 주말을 즐긴다. 나도 그 한 축. 그 뒤안 길.



2017.11.11.

경희궁, 서울 역사 박물관, 덕수궁 뒷길...그리고 청계천으로 해서 광장시장에서 끝나다.